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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백신 이기주의'에 답답한 한국... "국내 백신 생산 늘려야"

원활하지 못한 백신 수입, 2분기 접종 계획에 차질 빚을 수도... 대책은?

등록 2021.03.30 17:58수정 2021.03.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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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 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사용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화이자) 운반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백신 수급 문제로 인해 올해 2분기까지 국민 12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까지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코백스 퍼실리티' 공급분을 합쳐서 889만 5000명분이다. 나머지 300만 명분은 2분기에 공급받기로 예정된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등에서 충족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노바백스가 백신 원료 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고, 얀센의 경우에는 2분기 중 50만 명분 미만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모더나 역시 2분기 공급에 대해서 여전히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 

심지어 3월 말에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받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9만 회분(34만 5000명분)은 4월 3주에 지연 공급된다. 이때 받는 물량 역시 43만 2000회분(21만 6000명분)으로 기존에 계획된 것보다 25만 8000회분이 적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국제적인 공급 상황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라며 "인도 물량에 문제가 생겼고 모든 국가에 조금씩이라도 배분을 하기 위해서 시기와 물량을 재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고 부족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유럽의 경우 수출허가제를 이용해서 EU 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고 나가도록 관리를 하고 있고, 인도도 최근에 '수출을 중단하겠다'라고 발표해서 백신 수급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 세럼 연구소는 자국 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EU 또한 유럽 내에 백신이 부족해지자 수출 제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급 상황 불안정...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분 최대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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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내 강의실에서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이날 총 50여명의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했다. 의료진이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정부는 계획대로 접종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기만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30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백신 공급 상황이 불안정하지만 2분기의 계획에는 차질이 없도록 대상자별로 백신을 균분하고, 신속하게 접종대상자를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범정부적으로 백신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관리반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같은 경우에는 초기에 공급된 물량을 가지고 2차 접종일정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2차 접종분을 가지고 1차 접종을 시행하는 상황"이라며 "2차 접종용 비축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1차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은 검토해서 별도로 말씀을 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과의 투여 간격이 10주~12주 정도로 상당히 길다(화이자 백신은 3주).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접종 간격이 12주 이상일 때 예방 효과가 82%로 높았다. 나아가 국내 생산을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도 물량 확보가 가능하므로, 2차 접종분을 먼저 사용해서 1차 접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인도와 같은 수출 제한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유나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출 제한 조치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영향이라든지 아니면 수출 제한 이후에 다른 백신이 우라나라에 공급되는 데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된다"라며 수출 제한 조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백신 확보에 적극성 보여야... 확보 전략 수정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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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코로나19 백신 출하 현장점검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국내 위탁생산업체인 경북 안동시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이천 물류센터로 이송되는 백신 수송차량을 환송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백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2분기까지는 백신 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회 접종하면 (3개월 동안) 76%의 효과가 유지된다. 일단 1회 접종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기 교수는 "다만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등이 2분기에 얼마나 공급되냐에 따라서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여부가 좌우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급 전망이 밝지 않아 2분기 접종 계획은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뾰족한 수가 없는 문제라서 더욱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선진국이므로 코백스 퍼실리티 등에는 기대할 순 없고, 외교적인 역량 발휘나 제약회사와의 협상 등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백신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국 이기주의에 기반해 수출 물량을 차단한다거나, 백신 공정이나 재료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어서 물량 확보가 전 세계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백신 확보 전략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공급이 늦어지는 백신에 목매고 있을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백신들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국내 생산을 타진하고 있는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분기뿐만이 아니라 백신 수급 문제는 3~4분기까지 이어진다. 백신 요구량은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생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신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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