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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아파트 100곳 '인권위 진정' 두 달 후...

[이런 시장을 원한다!] 공정한 도시의 조건, 노동존중 아파트로부터

등록 2021.04.03 18:48수정 2021.04.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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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30일 경비노동자와 충돌이 발생한 인천송도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30일 경비노동자와 충돌이 발생한 인천송도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구교현
 
경비노동자와 배달노동자가 다투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에서 배달 오토바이의 출입을 금지한 것이 원인입니다. 이걸 지켜야 하는 경비노동자가 배달노동자를 막아서면서 충돌이 벌어진 것입니다. 엄연히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임에도, 심지어 택배 차량은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음에도, 배달 오토바이는 안 된답니다.

결국, 배달노동자는 오토바이를 입구에 세워놓고 걸어가야 합니다. 그럼 1건 배달하는데 2~3건 배달하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아파트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건당 수수료를 받아 생활하는 배달노동자에겐 상당히 큰 타격입니다. 줄어든 수입을 벌충하려고 더 위험하게 달려야 합니다.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오토바이가 인도를 달리기도 하니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안전한 방법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입구로 내려와 배달 음식을 받는 것입니다. 무인 택배함처럼 보관함을 만들어 배달노동자가 그곳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 합니다. 집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아야겠으니 배달노동자가 걸어오든 날아오든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갑질입니다.

갑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승강기는 타면 안 된답니다. 구석에 있는 화물 승강기를 타야 한답니다. 출입 시에는 각종 신상정보를 다 적고, 헬멧 벗고, 심지어 마스크까지 벗으라고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하주차장은 미끄러운 포장재가 깔려 있어서 무조건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 아파트에선 비 오는 날이면 백발백중 사고 납니다. 라이더유니온이 100여 곳의 갑질 아파트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넣고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도 했지만 두 달여 지난 지금도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이런 사건은 주로 크고 화려한 아파트에서 발생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이런 아파트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기 사는 분들은 배달노동자를 어떤 사람으로 보는 걸까요. 잠재적 범죄자, 혹은 짐짝 정도로 보는 건 아닐까요. 배달하면서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왜 이런 멸시와 모멸감 느끼며 일해야 합니까.

아파트부터 변화가 필요합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노동자에게 이용할 것을 요구한 화물용승강기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노동자에게 이용할 것을 요구한 화물용승강기구교현
 
아파트는 이미 많은 노동자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경비, 청소, 시설관리, 택배 배달 등 노동자들의 일터입니다. 주민들은 여러 노동에 기대어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파트에선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 사회에서 좋은 아파트에 사는 소위 '있는' 사람들이, '외부'인 출입제한을 걸어놓고 '내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노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도시에서 '공정'과 '상생'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공동주택의 관리에 대해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 또는 그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고, 소속 공무원에게 공동주택의 시설 등을 조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주택 시설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단지 내 도로를 보수하고, 놀이터를 고치고, 친환경시설이나, 택배 시설을 개선하는 등 아파트의 시설 환경 개선이 필요한 대부분의 사항이 포함됩니다.

예산을 적게 쓰지도 않습니다. 올해 서울의 강남구는 한 단지마다 4000만 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매년 수십 개의 아파트가 예산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존중 아파트를 우선순위로 선정해서 문제 해결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웃과 소통하는 건강한 주거문화' 조성을 위해 입주자대표회를 상대로 교육과 캠페인도 벌이고 있으므로, 이 자리를 통해 개선 필요성을 인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는 사조직이 아니라 법정 기구로써 최소한의 공익 추구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단을 활용하면 갑질 아파트 문제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화두는 공정입니다. 공정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을 말합니다. 다수의 시민이 사는 아파트에선 입주민의 이기심과 편견으로 노동에 대한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정한 도시를 만들겠다면, 바로 이곳, 아파트부터 변화가 필요합니다.
#배달 #라이더 #갑질 #갑질아파트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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