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포장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올 때면, 점원분들은 나에게 '새댁이 참 알뜰하네!'라고 덕담해주셨다.
최다혜
알뜰한 새댁의 기원을 찾아서
우연인지, 용기내 챌린지를 할 때마다 알뜰하다고 덕담을 해준 분들은 나이 지긋한 장
년층인 경우가 많았다. 밀폐용기를 가져가면 아이스크림 가게의 청년 점원분은 "용기내셨네요!"라고 응대해주는 데에 비해, 나이가 지긋하실수록 알뜰한 새댁이라 칭찬해주셨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살림의 관점에서 봐주신 거다.
사례를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됐다. 그동안 제로 웨이스트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 뿐, 친정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모두 제로 웨이스트를 당연하게 여기고 계셨다.
올해 2월 즈음 일이다. 우리 부부는 휴가 중이었고, 두 아이는 겨울 방학을 맞았다. 네 식구가 삼시세끼를 해결해야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외식은 언감생심. 나와 남편은 종일 밥하고 설거지 하느라 쓰러질 것만 같았다. 배달을 시켜먹자니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엄두도 안 나고, 그렇다고 포장을 해오자니 귀찮아서 대충 집밥으로 버티며 지냈다.
"딩동."
벨소리가 나서 현관을 열어보니,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 포장음식이 들어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엄마가 다녀가셨다. 2월에는 가족마저 5인이상 집합금지가 있던 때라 엄마는 종종 음식만 현관 앞에 놓고 돌아가시곤 했다.
묵직한 비닐을 집으로 들고 왔다. 그런데 어떤 메뉴인지 가늠이 안 됐다. 포장이 제각각이었다. OO치킨집 비닐봉지와 왕만두집 스티로폼 두 개, 그리고 스테인리스 밀폐용기 하나가 섞여 있었다.
뚜껑을 열었다. 순댓국이었다! 포장 안에는 치킨도, 김밥도, 왕만두도 아닌 순댓국이 들어 있었다. 엄마는 치킨집 비닐 봉지도, 만두집 스티로폼 용기도 버리지 않고 씻어 말려 다시 쓰셨다. 포장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에게 배웠다. 일회용품도 여러번 쓰면 다회용품이 되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들어갈 때까지 쓰레기가 아니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