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 문제에 '동물해방'이 연결되어 있는 이유

[전문] 2일 또다시 열린 디엑스이 패밀리레스토랑 방해시위 1심 재판 변론문

등록 2021.04.05 10:12수정 2021.04.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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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5일 디엑스이의 활동가 은영, 섬나리는 서울 영등포구 대형쇼핑몰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외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에 업무방해 혐의로 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해당 '방해시위'를 한 활동가 중 한 명인 섬나리가 변론문을 보내와 싣습니다.[편집자말]
'직접행동DxE(Direct Action Everywhere - Korea, 아래 디엑스이)' 활동가들은 201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패밀리레스토랑 방해시위에 '업무방해'로 기소돼 지난 3월 3일 1심 재판에 출석했다. 나는 피고인으로 방해시위 영상과 함께 우리가 왜 직접행동을 하는지, 왜 하필 동물해방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변론과 자료를 은영 활동가와 함께 온 마음을 다해 준비했다(관련 기사 : "음식이 아니라 폭력"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친 이유).

디엑스이 활동가들은 우리 모두가 응당 알아야 하는 동물의 현실을 전달하기 위해 법적인 부담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은 제대로 된 증거자료 조차 제출하지 못했고 되레 활동가들이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심지어 검찰은 사실과 다른 공소장 제출로 법무부로부터 공소장 변경 요구를 받았고 1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나는 지난 첫 재판에 이어 두 번째 재판에 출석하여 지난 재판에 말하지 못한 왜 '동물해방'을 말하는지에 대해 변론했다.

변론에 앞서 도살장 안 동물들의 현실을 담은 영상을 자료로 제출하여 재생하였는데 판사는 그 잔혹함 때문인지 영상을 중간에 중단시켰다. 나는 그에 이어 우리가 외면하는 동물해방이 왜 사회정의인지, 왜 우리 모두의 운명에 관한 것인지에 대해 변론하였다. 아래는 변론문 전문이다.
 
폭력을 멈추세요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섬나리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폭력을 멈추세요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섬나리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직접행동DxE 활동가 하루
 
[변론문 전문] 왜 동물해방인가?

(도살장의 실체 영상자료 재생 후) 정의로운 판사님, 이것이 제가 식당 한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른 이유입니다. 방금 재생된 영상을 보면 공소장의 '동물보호'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동물보호, 연간 천 억의 동물들이 합법적으로 살해당하고 있는 이 가공할 만한 현실에서는 동물을 '학대'한다는 것도, 동물을 '보호'한다는 것도 뭔가 우스운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인 축산 홀로코스트,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합니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 이런 현실 속에서 시혜적인 '동물보호'가 아닌 우리의 감각을 완전히 새롭게 깨우는 '동물해방'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또한 코로나, 기후위기, 전쟁, 난민 등 지금 우리 사회 모든 재난의 근원에 왜 동물해방이 연결되어있는지, 이게 왜 우리 사회 공동의 운명에 관한 것인지 말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제가 사건 당일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판사님, 저는 지금 한 마리 절실한 동물로서 변론합니다. 여기서 동물이라 함은 짐승 같은, 금수 같은 그런 비하의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 또한 인간이기 전에 동물 종의 일원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환기하기 위한 말입니다. 세상을 느끼는 몸을 가진 유한하고 취약한 동물 말입니다. 판사님도 저와 같은 유한한 삶을 가진 동물로서 동물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어쩌면 이 법정에서 낯설 수 있는 저의 변론을 마음을 열고 들어주시길 요청합니다.


2년 전, 저는 생전 처음으로 도살장 앞에 가 살아있는 그들을 마주했습니다. 천하고 미련한 존재를 뜻하는 '개돼지', '가축' 말입니다. 소, 돼지, 닭... 매일 먹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저의 안온했던 일상이 뒤집혔습니다. 그해 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들을 땅에 파묻는 살처분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주 도살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수백만 소, 돼지, 닭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자신이 이곳에서 왜 고통받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비참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얼굴들을 말입니다. 그들의 무고한 눈망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저는 제가, 우리 사회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철저히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법이 합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학살들, 아까 보신 바와 같습니다. 지금 변론하는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축이라는 낙인이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저 또한 이 낙인찍기에 놀랍도록 무감해져 있었습니다. 한순간 혀의 쾌락을 위해 평생을 갇혀서 지옥같은 삶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는 것, 정의로운 판사님께서도 용납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를 보면 폭력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정당화되어 왔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을 짐짝처럼 실어나르던 죽음의 노예선,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도 낙인을 통해 정당화되었고 수많은 전쟁 학살에서도 적을 '짐승'으로 낙인찍어 적과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반복되는 악의 굴레에서도 우리는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낙인의 존재 이유는 사실 낙인 없이는 죽이는 것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영상에서 보았듯 이토록 참혹한 폭력을 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죽이는 마음은 우리의 본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또한 고통받는 동물을 보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지 편견과 독단적인 차별에 근거하여 다른 비인간 동물들을 억압하고 이를 외면해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동물을 보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동물해방은 타 존재들, 그리고 폭력의 가해자로서 우리 자신을 옥죄고 있는 폭력과 억압에 대한 해방이 됩니다.

지금 동물들의 신음과 고통이 온 사회로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종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인간 내에서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차별과 불평등, 전쟁, 기아, 난민 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업으로 하나뿐인 우리의 터전인 지구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축산업을 위한 농장과 목초지, 대규모 곡물 경작지 확보를 위해 밀림을 파괴하여 기후위기가 닥쳤습니다. 야생동물들을 학살하고, 농장 동물들을 가둬놓으면서 새로운 동물유래 전염병, 인수공통 전염병들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온갖 형태의 차별과 배제, 폭력이 동물이 동물답게 살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시작됩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듯 우리는 목이 잘려나가는 돼지의 눈동자에서 이 모든 문제를 보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놀랍도록 무감합니다. 이를 가리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막대한 이윤을 얻는 극소수의 기업입니다.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와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동물해방이 동물보호가 되고 단순 업무방해로 치부되듯 우리에게 닥친 사태의 심각성은 끊임없이 축소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처한 이 근본적인 위기를 알리기 위해 노래하였습니다. 업무방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생명을 말살하며 이윤을 얻는 기업들의 죄는 무엇인가요?

이것은 사회 정의의 문제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이 모든 부정의를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널리 알릴 권리가 있습니다. 상식의 전환은 순식간입니다. 우리는 동물해방이라는 새로운 상식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죽음에서 삶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절실한 시기, 인류의 상식을 바꿀 마지막 기회입니다.

판사님, 우리 동물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유한한 삶을 가진 한 명의 취약한 동물로서 우리 사회의 정의와 극소수의 사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 즉 공익을 위한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판사님이 이 거스를 수 없는 정의의 흐름에 응답하여 역사의 옳은 편에 함께 서기를 온 마음을 다하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동물의 몸으로 연대하며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돼지탈을 쓴 DxE 활동가들이 "살고 싶다"라는 메시지의 피켓을 들고있다.
동물의 몸으로 연대하며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돼지탈을 쓴 DxE 활동가들이 "살고 싶다"라는 메시지의 피켓을 들고있다. 직접행동DxE 활동가 하루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감각을 되찾자고 온 사회에 전하기 위해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활동가들이 감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감각을 되찾자고 온 사회에 전하기 위해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활동가들이 감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직접행동DxE 활동가 하루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감각을 되찾자고 온 사회에 전하기 위해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감각을 되찾자고 온 사회에 전하기 위해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직접행동DxE 활동가 하루
   
동물해방 남부지법 앞에서 동물해방이 쓰여진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동물해방남부지법 앞에서 동물해방이 쓰여진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직접행동DxE 활동가 하루
 
#동물 #동물권 #동물해방 #축산업 #디엑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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