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식일가친척이 모인 가운데 스무살 딸 김다연씨가 독립선언을 하고 있다.
김혜일
딸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고, 엄마아빠는 응원의 편지를 건넸다. 고등학교 1학년인 남동생은 자기도 스무살이 되면 독립하겠다고 꿈을 밝혔다. 이 독립선언식에 초대받은 이모, 삼촌, 할머니 등 일가친척은 '험한 세상' 속으로 독립의 길을 나서는 스무살을 위해 독립자금을 보태줬다. 아빠의 기타 연주에 맞춰 다 같이 독립기념 축가도 불렀다.
걱정과 우려가 거실 한켠에 자리했지만, 벽에는 가족들이 함께 꾸민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갓 태어날 때부터 스무살 때까지의 사진들과 함께.
"스무살 다연이의 독립선언식, 너의 삶을 응원할게"
부모의 결심 "독립성을 유산으로 물려주자"
광주의 이 엄마아빠는 어떻게 스무살 딸을 독립시킬 생각을 했을까?
스무살 딸은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빠 김혜일(49)씨는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략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물려줄 것도 없는 부모로서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까. 독립성을 키워주는 게 제일 좋겠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독립성 키워주자. 그리고 스무살이 되면 독립선언식 세레모니를 해주자. 그러고 나면 뭔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삶을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스무살 딸 김다연씨는 지난 3.1절 독립기념일에 광주를 떠나 서울로 독립의 길을 떠났다. 독립자금은 부모와 일가친척이 모아준 1천만원 남짓. 그것으로 월세방을 얻고,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딸은 말한다 "부모님의 독립권유가 매정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때론 불안하지만 나를 믿고 독립을 시작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