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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엄마 타워크레인 기사는 왜 폭행을 당했나?

한국노총-민주노총-연합노련 등 건설현장 '이권' 놓고 몸싸움, 전국에서 충돌

등록 2021.04.07 16:59수정 2021.04.0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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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오전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의 한 신축공사현장에서 7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정아무개씨는 남성노동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한 시간 동안 매달려 있었다. ⓒ 한국노총 제공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하며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타워크레인 기사 정아무개씨가 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3월 29일 오전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의 한 신축공사현장에서 7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남성노동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한 시간가량 매달려 있었다. 과정에서 정씨는 물리적인 충격을 당하고 수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당일 현장 영상과 사진에선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민주노총)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연합노련) 소속의 노동자 수 명이 타워크레인에 오르는 정씨를 위에서 발로 누르거나 아래쪽에서 압박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과정에서 정씨는 계속 "살려달라"면서 소리를 치고 절규하듯 악을 쓴다.

결국 신체 곳곳에 부상을 입은 정씨는 충돌 당일부터 현재까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병원에서 '한 달 정도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는 진단을 받고 정신과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에서는 무슨 일이

그렇다면 왜 타워크레인 기사 정씨는 7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매달려 남성노동자들에게 위협을 당해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노총 소속인 정씨가 시공사와 계약을 맺고 출근해 타워크레인을 운행하려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5년 전 정씨는 두 아이와 먹고살기 위해 타워크레인 업계에 몸을 담갔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기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당장 '노조(민주노총과 연합노련)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을 하다가 쫓겨나거나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정씨의 말이다.

"처음이 아니다. 이미 경기도 여주에서도 민주노총과 연합노련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난 경험이 있다. 군산에서는 근로계약까지 다 쓰고 6개월짜리 공사를 하다가 노조의 반발로 4개월 만에 내쫓겼다. 그리고 이번 일이 터진 거다. 타워크레인에 매달려 '살려달라'라고 하니까 젊은 남자가 '이 XX년아 조용히 해. 시끄러우니' 하더라. 그 말 듣고 손 놓고 죽을까 했는데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 버텼다. 순간 '아이들은 누가 키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건설현장에서 노조 간 발생한 이권 다툼이 정씨에게까지 이어진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충돌은 전주 이외에도 서울과 인천, 용인, 시흥, 동탄, 성남 등 전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대 노조 소속 기사가 고용되면 이번 정씨의 경우처럼 다른 쪽 노조 소속 기사들이 나타나 몸으로 막으며 출근을 저지하거나 '타 노조원 채용 반대' 등의 주장을 펼치며 작업을 중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한국노총 여성위원회가 이번 충돌 사건에 대해 "그간 건설현장에서의 양대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 또는 한국노총 내부조직(한국노총-연합노련) 간의 갈등은 수차례 있었다"면서 "건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각 노조의 소속 조합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잦아졌다. 각 조직의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벌어진 무차별적 폭력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성명을 낸 이유다.

연합노련 측 "경위 확인 중... 타워크레인, 순번 정해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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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2019년 6월 소형타워크레인 반대하는 타워크레인 농성 현장 ⓒ 권우성

   
사건 발생 후 병원에 입원한 정씨 역시 지난 2일 "다수의 남성 노동자들에 의해 물리적 폭행, 성추행, 성폭행, 욕설 등을 당했다"면서 "제가 우리 아이들 앞에 피해자가 아닌 당당한 엄마로 설 수 있도록 이 남성들을 엄벌에 처해 달라. 또한 멀뚱히 구경하듯 지켜만 보고 있던 경찰들도 그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시라"라는 내용으로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7일 오후 3시 기준 이 청원에 5만 6000명의 시민들이 동의를 표했다.

"그 남성들은 짐승이 되어 위에서는 제 어깨를 발로 누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앞뒤에 있는 남성들은 제 가슴을 등으로 강하게 압박해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약 7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계단에서 같은 자세로 대치하던 중 점점 육체적 아픔보다는 장시간 저의 어깨와 가슴, 성기 부분을 짓누르고 있는 남성들을 생각하니 성적 수치심이 강하게 몰려왔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하지만 정씨를 둘러싸 압박을 가한 민주노총과 연합노련의 입장은 다소 상이했다.

연합노련 측 관계자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위를 계속 확인 중에 있다"면서 "기존 보도와는 다른 내용이 있다. 8일 현장 조합원의 증언과 자료 등을 취합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합노련은 "여성분 입장에서는 위압이 될 수 있지만 당시 현장에선 '최대한 손 대지 말라'라는 조합원들의 말이 이어졌고 사건이 발생한 현장 역시 (일부보도처럼) 10m가 아니라 1m보다 약간 상회하는 높이 정도였다"라고 주장했다.

'정씨가 먼저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민주노총과 연합노련이 반대한 것 아니냐'라는 물음에 연합노련 측은 "이 역시도 종합되는 내용을 확인한 후 발표할 것"이라면서 "다만 (타워크레인 운행은) 보통 순번을 정해 진행한다. 계약관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씨가 속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가해자들은 정씨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정확한 사실은 시공사는 정씨와 계약을 했고, 그 계약에 따라 정씨는 일을 하러 갔다가 민주노총과 연합노련 측의 방해를 받고 폭행을 당한 거다. 그들은 계약을 맺지 않았다. 가해자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씨는 한국노총의 도움을 받아 당시 현장에서 자신에게 위력을 가한 민주노총과 연합노련 조합원을 경찰 고발한 상태다.
#전주 #민주노총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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