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부천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담론

'주부토의 예술혼-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을 출간하며

등록 2021.04.12 11:38수정 2021.04.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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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은 과연 문화도시인가? <주부토의 예술혼 –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은 이 같은 짧은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정책적으로 문화도시를 표방해 온 부천시는 부천 필, 시립합창단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등의 굵직한 국제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어 언뜻 문화도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지난 2017년에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문학)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부천의 위상이 영국의 에든버러, 아일랜드의 더블린, 체코의 프라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었으니 분명 축하할 일이고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뭔가 미진한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문학)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지난 3년간 부천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앞에서 언급한 여러 국제 행사와 함께 수주문학제, 펄벅축제, 북페스티벌, 펄벅국제학술대회 등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제법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명색이 문학창의도시라고 하면서 부천의 문인을 소개하는 <부천의 작가와 작품> 코너에는 강정규, 정지용, 펄 벅, 목일신, 양귀자, 변영로 등 고작 여섯 작가의 이름만이 올라있을 뿐이고, 그나마 '부천문학인 DB' 코너는 게시물 하나 없이 텅 빈 채로 방치되어 있다. 부천문인협회를 비롯하여 부천작가회의 등 여러 문인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많은 부천의 작가들은 다 어디로 가고 홈페이지는 텅 비어 있는 것일까?
 

주부토의 예술혼 - 부천의 예술가 24인전 주부토(主夫吐)는 부천의 옛 지명이다. ⓒ 이종헌

 
물론 문학창의도시가 부천의 문학적 자산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와 부천 필 등 풍부한 '문화콘텐츠', 그리고 '도서관 인프라'를 인정한 것이라고는 해도 문학에 대한 푸대접은 너무 심했다.

혹자는 말한다. 수주문학상이 있고 부천신인문학상이 있으며 신설된 부천디아스포라국제문학상이 있는데 이 정도면 결코 푸대접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부천 문학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결국 부천의 문인들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그들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몇몇 문학상만 운영한다고 해서 부천 문학의 힘이, 부천 문학의 저력이 생기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문학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만나본 많은 예술가들은 부천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몇몇 특정 분야에만 그야말로 '몰빵'을 해서 나머지 분야의 예술가들은 아사(餓死) 직전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문화도시는 특정 몇몇 분야의 예술만 발전해서 되는 게 아니고 모든 분야의 예술이 고루 발전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이 부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은 부천시의 문화정책을 비난하거나 질책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대다수 부천의 예술가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더 말하지 않겠다. 다만 적어도 부천이 장기적으로 파리의 몽마르트르와 같은 문화 도시를 표방한다고 했을 때, 각종 국제대회나 문학상 못지않게 부천 예술가들에 대한 투자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한마디는 꼭 남기고 싶다.


<주부토의 예술혼 –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을 위해 지난 1년간 부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24인의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도자조각가, 서예가, 사진작가, 시인, 서도명창, 만화가, 가락쟁이, 소프라노, 기타리스트, 문인화가, 거문고연주가, 서양화가, 플라멩꼬 깐따오라, 소설가, 현대무용가, 금속공예가, 동시작가, 피아니스트, 미디어아티스트, 화가, 도예가, 시조작가, 연극인 등 가능한 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매번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부천에 의외로 예술계의 고수들이 많다'라는 감탄과, '이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잘만 활용하면 부천을 정말 훌륭한 문화 예술의 도시로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었다.
  
콩나물신문을 통해 <주부토의 예술혼 –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을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인터넷신문의 조회 수도 폭발적이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껏 몰랐던 부천의 예술가를 알게 해줘 고맙다는 덕담을 건네 기분이 좋았다. 그중에서도 콩나물신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는 것 같다는 응원 아닌 응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연재를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콩나물신문은 조합원 대다수가 부천 시민이다.

이 책에 꼭 소개하고 싶었으나, 예술가가 아니라는 결정적(?) 이유 때문에 소개하지 못한 인물이 있다. 바로 부천시 삼정동에 본사를 둔 ㈜디포그 김창홍 대표이다. 김창홍 대표는 자비를 들여 본사 건물의 1층과 4층을 스튜디오와 작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 한 후 지난 2012년부터 벌써 10년째 예술가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해오고 있다.

김 대표와의 짧은 만남 때, 그에게서 들은 '예술경영'이라는 한 마디는 지금도 내 귓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기업이 예술가를 지원함으로써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그의 예술경영론은 지난 10년간 ㈜디포그가 위축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기업이 김 대표의 예술경영론을 받아들여 부천 예술계에 훈풍이 불어닥치기를 고대해 본다.
#부천예술가 #콩나물신문 #미디어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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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인문기행 작가. 콩나물신문 발행인. 저서에 <그리운 청산도>, <3인의 선비 청담동을 유람하다>, <느티나무와 미륵불>, <이별이 길면 그리움도 깊다> <주부토의 예술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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