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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정리로 끝날 줄 알았는데... 대공사가 되었습니다

[기사공모] 아파트에 산다는 것, 그 불편함에 대하여

등록 2021.04.13 09:01수정 2021.04.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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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오마이뉴스>에서는 'OO에 산다는 것'을 주제로 2021년 첫 기사 공모를 합니다. 4월 14일까지 기상천외하고 무궁무진한 시민기자 여러분의 글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편집자말]
원래 이사를 가려고 했었다. 좁은 집은 아니었는데 살다 보니 방이 한 개 더 필요해진 것이 이유였다. 아이에게 새로운 계획이 생겼고, 우리는 그 선택을 응원해 주기로 결정했는데, 아뿔싸... 그 결정을 일 년간 미루는 사이 집값이 다락처럼 올라 있다.

당황한 마음에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 보았으나 이미 집을 사고파는 선택지는 가능한 옵션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려진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는 일, 차분하게 차선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머리를 쥐어짠다고 갑자기 묘수가 떠오를 리 없어, 우리는 그냥 지금의 집을 잘 활용하여 공간을 마련해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공간 재배치'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자 그동안 참고 있었던 공간에 대한 욕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나도 그 틈에 슬쩍 '내 공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음은 물론. 그런데 각자 원하는 요구 사항들을 모아보니 점입가경이다. 이건 우리 집 평수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심신을 수양하여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의 주거 공간을 살펴보았다.

참 비효율적인 아파트 구조
 
 지금의 집을 잘 활용하여 공간을 마련해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지금의 집을 잘 활용하여 공간을 마련해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elements.envato
 
공간이 문제이니 짐을 빼고 공간을 만들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 방을 빼서 다른 용도로 쓰자고 마음먹고 나니 그 방의 짐들이 모두 처치 곤란이 되었다. 그렇다고 둘째가 쓰던 침대와 책상을 모두 버릴 수는 없는 일,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했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 계획에 골몰하다 문득 '아파트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지어졌을까' 하는 생각에 꽂히고 말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가구가 4인 가족이라 단정 짓고 지은, 보편적인 구조의 주거공간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아파트의 공간이 획일적이라는 것은 아마도 아파트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일 것이다.

가만히 보면 한국 아파트들은 한결같이 거실과 안방의 면적이 가장 넓은데 사실 이 공간이 가장 쓸모없는 공간이다. 그 쓸모없지만 가장 넓은 공간을 필요한 모양새로 바꾸면 좋을 텐데, 내가 알고 있는 한 어느 아파트도 그 뻔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는 모양새가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모양새의 공간을 쓰려니 이런저런 불편함이 생긴다.

그런데 우린 아파트에 살면서 왜 한 번도 이러한 획일적인 구조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보거나 아파트의 공간 활용에 대해서 논의해본 적이 없을까? 아파트는 주로 그 가격으로 주목받았지, 주거를 위한 공간으로서 주목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삶의 질이 중요한 이 시대에 이제는 우리도 주거공간으로서 아파트의 효율성에 대해 논의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드디어 중대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구조를 바꾸자!'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아파트의 기둥을 부술 수는 없는 일이고 안방과 거실을 다른 용도로 바꾸어 불필요한 거실을 쓸모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보려는 계획이었다. 일명 '아파트 개조 프로젝트'. 갈 곳이 없으나 꼭 필요한 둘째의 책상, 나의 서재, 갈 곳 잃은 대형 책장. 이 모두를 만족시킬 넉넉한 공간, 바로 거실과 안방을 활용해 이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계획이다.


사람에 맞추어 공간의 쓰임을 정할 수 있다면

리처드 세넷의 <짓기와 거주하기>라는 책에서 보면, 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열린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성공 사례로 꼽힌 것이 칠레의 이키케 주택 프로젝트이다.

이키케 주거지는 건축가의 범위를 사용자에게 확장하여 미완성 형태의 집을 보급하는 프로젝트로, 집의 절반만 설계하고 나머지는 거주민이 직접 완성토록 하는 형태의 주택이다. 이와 같은 경우가 완벽하게 정답일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이와 같은 방법이 아파트의 공간 활용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방법이 우리 아파트에도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간이 사람에 맞추어 쓰임새가 결정되는 방식의 아파트 말이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가 이렇게 공간 활용에 여지를 남겨준다면 그 획일성에서 벗어나 열린 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공간의 획일성을 벗어던지고 다양성을 확보한다면 창의력까지 덤으로 올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아나? 아파트가 바뀌면, AI 시대의 창의적 인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올지?

발상의 전환까지는 좋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나의 '아파트 개조 프로젝트'는 '신박한 정리'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되었다. 결국 인테리어 공사로까지 일이 커져 요즘은 열심히 상담을 다니고 있다.

물론 견적을 받으러 다니는 곳마다 나의 계획에 좀 난색을 표하지만 일단 하다 보면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계속되는 우리 집의 '신박한 정리'로 인해 얻은 소득이 하나 더 있다면, 늘 맥시멀리스트로 살아온 남편의 뼈 때리는 반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걸 왜 샀지? 다시는 안 사! 난 이제 진짜 미니멀리스트로 살 거야!"

이건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일인데... 나의 '아파트 개조 프로젝트'가 여러모로 흡족해지는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기사공모
#신박한정리 #아파트개조 #공간활용 #아파트에산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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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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