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책 읽는 곰
<나는 개다>는 백희나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 <알사탕>의 스핀오프 같은 그림책입니다. 2017년에 발행된 <알사탕>에 나왔던 강아지 구슬이는 어느덧 깨발랄하게 말썽을 피던 시기를 지나 동동이와 호흡 맞춰 뛰는 것조차 힘든 나이가 되었습니다.
침대에 '응가'를 한 바람에 쫓겨나 구슬피 울던 구슬이를 꼬옥 안아주던 어린 동동이도 훌쩍 자라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릴 '알사탕'이 필요한 나이의 아이가 되었지요. 오랜 시절 함께 했음에도 동동이는 '알사탕'을 통해 비로소 구슬이의 진심을 듣게 됩니다.
낳아준 엄마보다 반가운 동동이
그렇게 '알사탕'을 통해 전해진 구슬이의 이야기는 <나는 개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구슬이'의 화법으로 풀어집니다. 슈퍼집 방울이의 넷째로 태어난 구슬이 탄생의 서사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쉽게 '분양'되는 동물에게도 가족이 있고, 가족의 역사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림책은 방울이네 가계도로 펼쳐 보이며 애완동물에 대한 '관점'을 달리합니다.
산책을 나간 강아지가 슈퍼 앞에서 자신의 '원가족'인 엄마 방울이 너머 동동이를 보고 '동동이다!'라며 뛰어갑니다. 낳아준 엄마보다 반가운 동동이, 이 보다도 더 가족으로서의 '동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동동이 침대에 '실수'를 하고 베란다로 쫓겨난 구슬이가 슬피우는 소리에 동동이가 나와 함께 잠이 드는 장면, 그렇게 동동이와 구슬이는 '가족'이 되어갑니다.
자기만의 공간에 집착하던 아이들의 청소년 시절, 개들이 그 굳게 닫힌 방문을 열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 아이들이 그 질풍노도의 시절을 무던하게 견뎠던 건, 그들에게 자신의 따뜻한 '온기'를 내줬던 '개들'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