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아래 수납장. L씨 제공.
이난희
이런 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간 활용이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틈을 잘 활용했다. 싱크대와 냉장고 사이의 작은 틈 사이에 빨래 건조대를 넣어 놓는다거나 책상과 가구 틈에 종이가방을 넣었다. 겹겹이 최대한 압축적으로 밀어 넣으면, 왠지 뿌듯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다른 친구들도 '방'에 산다. 우리의 관심사는 작은 방을 어떻게 쓰냐다. L씨는 내게 "침대를 높여서 그 밑에 물건을 다 밀어 넣어야 해. 우리 집은 침대가 한몫하잖아"라며 침대를 잘 사야 한다고 말한다.
O씨는 "짐은 물건 보관 서비스 업체 같은 곳에 맡겨야지. 침대에 맞는 수납장 사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 이사할 때 옮기는 게 더 스트레스거든. 핵심은 본인이 짐을 줄여야 하는데, 그런 데 겨울 옷을 보관하는 게 더 저렴해"라고 조언한다.
C씨는 또 "물건을 버리는 수밖에 없어. 책 같은 건 옮기기 힘드니까 다 본가로 보내고"라며 저마다 방에 살면서 터득한 비법들을 들려준다.
이런 지방러('지방-er'로 수도권으로 올라간 사회초년생을 의미하는 신조어)에게 지금 사는 지역은 고향에 대한 추억만큼 크지 않다. 주기적으로 이사를 해서 그렇다. "원룸은 정상적 주택으로 가기 전 단계이지 항구적 주거 공간은 아니다"라고 규정했던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의 말을 지방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꾸는 최대한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