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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농업·농촌 연구했는데... 3초의 비애

[책이 나왔습니다]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출간 이유

등록 2021.04.20 18:12수정 2021.04.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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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70여 개의 농민단체, 소비자생협,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농민행복・국민행복을 위한 농정과제 공동제안연대'(약칭 '국민행복농정연대')가 결성되었다. 다가올 19대 대선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농업 경시 풍조를 극복하고, 농업・농촌의 본래 가치와 역할을 되찾는 일을 해 보자는 취지였다.

국민행복농정연대는 2015년 가을 무렵 지역재단을 중심으로 꾸려진 이른바 농정대연구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2017년 3월 23일에는 '도농공생・농민행복・국민행복을 위한 농정대개혁 3대 목표・10대 과제'에 관한 공동제안을 발표하고 특정 후보나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대선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 각 당의 후보와 협약하고, 공약에 반영되기는 했으나 아무런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5명의 후보가 참여하는 텔레비전 토론회가 120분씩 다섯 차례 총 600분 열렸다. 그런데 이 토론회에서 3농(농업, 농촌, 농민)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한 후보가 마지막에 3초 정도 언급한 게 전부였다.

경제성장 지상주의

나는 처절하게 좌절하였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듯했다. 상과대학 입학 이후 40여 년 간 농업・농촌을 연구해 온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250만 농민과 1000만 농촌 주민이 대선 후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아무리 3농이 무시되는 세상이라 해도 농업의 국내총생산 비중(2%)을 기준으로 하면 12분, 농가인구 비중(5%)을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30분은 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이데올로기는 경제성장 지상주의다. 성장주의에 의해 농업・농촌・농민은 늘 희생의 대상이 되면서 점차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은 농업・농촌・농민의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2019년 4월~2020년 5월까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멀리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3농을 '육지'(우리 사회)와 연결하는 다리를 놓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친분 있는 시민사회 대표들을 초청하여 3농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았다. 초청을 하면, "위원장님이 오라고 하면 가기는 하겠으나, 내가 농업이나 농촌에 대해 잘 몰라서 도움이 안 될 거 같아요"라는 답변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아니 밥 안 잡수세요?, 농촌에 놀러 안 가세요?"라고 하면, 그제야 "아, 예~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말이 좀 있을 거 같네요"라고 하며 오셨다.

이처럼 3농은 우리 사회와 국민의 삶 속에서 매우 소중한 존재이면서도 마치 미세먼지로 숨쉬기가 나빠져서야 공기의 소중함을 알듯이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고 살며 무관심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나는 '국민이 무관심하니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3농을 무시한다는 거다'는 주장에 반드시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정치인들의 철학과 비전이 부재한 탓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농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다면 정치인들도 좋은 농정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겉표지 ⓒ 지역재단

 
이런 관점에서 '국민에게 농업・농촌이란 무엇인가'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펴낸다.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토대와 더불어, 건강한 먹을거리, 일자리, 깨끗한 환경, 교육, 공동체, 문화, 여가, 정서적 안정 등이 균형 있게 갖추어져야 한다.

그 뿌리에 농업과 농촌이 있고 그것을 감당하는 농민이 있다. 농업과 농촌이 국민을 위한 일터, 삶터, 쉼터로서 다원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고, 그 기능을 담당하며 농촌에서 살고 있는 농민을 행복하게 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농민이 행복하려면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구성하였다.

첫째, 경제・사회에서 농업・농촌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에 주목한다. 단순한 식량생산 기능에서 경제발전에 따라 농업・농촌의 역할이 확장되는데, 오늘날에는 특히 그 외부경제 효과와 다원적 기능이 중요해진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경제적 가치 평가액은 농업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는 다원적 기능의 유지・증진에 기여하는 우리 농민의 생산과 생활을 보장하며 농업・농촌을 근본적으로 재생시키는 농정대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의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농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와 먹을거리 위기의 시대에 국내 자급력을 높이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우리 농업의 핵심 역할이다. 자급력 향상과 건강・안심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하여 국민에게 행복을, 농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셋째,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데 농업・농촌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업의 산업화 과정과 집약적 농법은 생태환경 파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이 지구적 과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생태환경도 살리고 농민도 살리며 국민의 건강도 살리는 생태환경 보전 농업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구한다.

넷째,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농업・농촌은 국민 모두의 미래를 위한 공간임을 재발견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소멸의 위협에 직면한 농촌을 재생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행복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다섯째, 경쟁과 효율을 강요당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농업・농촌은 고향과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농촌은 국민의 정서함양과 보건휴양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업・농촌이 조성하는 경관, 자연 속에서 행하는 다양한 농사 체험, 두고 온 고향을 찾아가는 듯한 농촌 여행 등 농촌은 도시인이 여가를 즐기며 힐링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다.

여섯째, 농업농촌은 청소년의 생태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운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소년은 과밀화된 도시 속에서 오로지 성적과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으며, 사교육과 스마트폰·게임 등에 빠져 살고 있다. 청소년이 불행할 뿐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염려된다. 농업농촌은 청소년들에게 자연에서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자연생태계의 살아 있는 교과서이다.

일곱째, 전 지구적으로 인류 공통의 과제가 되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과 관련하여 농업・농촌의 기여와 발전 가능성을 제안한다. 농업생산과 농촌생활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농촌과 도시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실천해야 할 에너지전환의 대안을 생각해 본다.

끝으로, '국민에게 농업・농촌이란 무엇인가'를 위와 같이 일곱 분야별로 살펴보고 그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을 이 책 앞머리에 총론으로 정리했다.

이 책이 농촌 문제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시민, 연구자, 학생, 활동가, 공직자 등 다양한 독자에게 읽히기 바란다. 짧은 기간인데도 귀한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신 집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땅을 지키며 먹을거리를 짓는 이 땅의 농민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기 바란다. 국민들이 농업・농촌・농민의 가치와 역할을 잘 이해하고 더불어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함께 나아가길 기대한다. 농(農)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덧붙이는 글 - 도서 구입은 지역재단 02 585 7731로 문의하시면 가능합니다.
#농업 #지역재단 #박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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