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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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만날 학우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이가 가장 많아 혹시 왕언니라 불리지는 않을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들어선 강의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첫 등교를 한 사람들, 그들의 평균 나이는 50이었다. 나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왕언니 급에 속했으나 정작 왕언니는 대전에서 새벽밥을 먹고 오시는 66세의 학우였다.
손주를 둔 학우부터 맡길 곳이 없어 간혹 아이 둘을 데리고 오는 젊은 엄마, 소를 키우는 농장주,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학우 등 20대부터 60대까지 모인 강의실, 도대체 이 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내가 다니는 지역 대학교의 아동 심리상담학과 이야기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독서 논술 수업을 하면서 많은 아이와 학부모를 만났다. 나름 창의적인 직업이라 여겼고, 자부심 또한 컸다. 책 읽고, 생각 나누고, 생각을 글로 적어 공유하는 수업임에도 아이들은 정작 책 읽기나 글쓰기가 아닌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 앉아 공부하고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나요."
"저는 아빠처럼 포클레인 타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엄마는 나한테 미쳤대요."
"엄마 아빠가 매일 싸워요. 돈 때문에 그렇대요."
"아빠가 어제 제 뺨을 때렸어요."
"맨날 혼자 있어야 하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이불을 생각하면 고모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기에 바쁜 아이들이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생각 나눔은 나아가지 않았다. 나 역시 아이들의 고민과 호기심, 그리움과 슬픔, 두려움 등에 대하여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내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도서관 수업을 나가지 못하고 수업은 중단되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고, 뒷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안부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과 이후의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마침 공부할 기회가 왔을 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을 대하는 데 있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또는 예전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었다. 도서관이 아니어도 사회 구석구석 도와야 하는 아이가 많다는 사실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싶다.
학교 공부를 마치면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심과 지지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으로 해야 할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아동심리상담학 공부는 새삼 지나온 내 육아를 돌아보게 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임신, 출산, 육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했던 일이었는지 알게 하고, 내가 놓쳤던 육아에 대한 상식과 지혜를 이론으로 배우면서 주변의 아이와 엄마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조카 아이의 백일 선물은 포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