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들?어디 가서?아쉬운 소리 하지 않도록, 남들과 비교되거나 기죽지 않도록, 남들 만큼 공부시키기 위해 한 번도 일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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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서 파도를 막아야 하는 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철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철이 없고 싶다. 엄마처럼 다정하지 못하고 살뜰하지도 못하다. 그저 지켜봐 주는 것으로, 밥 때를 겨우 챙기는 것으로, 자립할 때까지 말없이 응원해 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파도는 온전히 내가 맞으면 된다는 희생의 마음까지는 어림도 없다. 그저 할 수 있을 때까지 견디는 것이 내가 하는 전부다.
견딤에도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했다. 내 자식들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하지 않도록, 남들과 비교되거나 기죽지 않도록, 남들 만큼 공부시키기 위해 한 번도 일을 놓지 않았다. 초등학생들 과외지도로 시작해서 학습지 교사를 거쳐 동네 작은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만났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학교를 그만둔 지금도 일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철들지 않은 어른이고 싶다. 아픈 사연이 없지 않았지만,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아픔을 털어 버리는 쪽을 선택한다. 조금은 다른 느낌이지만, 여인의 한으로 대표되는 '삭임'의 표현이 썩 좋다. 상처를 삭여 더는 아프게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애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영화고 드라마라면 나의 드라마는 감정을 진하게 자극하지 않는 잔잔하고 덤덤한 이야기다.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드라마틱하지 않은 이야기. 그럼에도 삶이 이래도 될까 싶은 위기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육십이 돼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거야. 그나마 하는 거는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tvN 예능 <꽃보다 누나>의 인터뷰에서 윤여정 배우의 말이다. 성공한 대배우,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이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 말이 나를 위로했다. 덤덤함을 넘어 때론 무심하게 느껴지는 나의 행동들이 왜 이모양인가, 이게 한계인가, 근근이 붙들고 있다고 생각되던 때가 많았는데, 그녀의 인터뷰를 보고는 이래도 된다고 단번에 인정하게 됐다.
방송을 보며,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라도, 내일이나 10년 후 기가 막히게 멋진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날들을 주어진 대로 그냥 살아내도, 이렇게 사는 것이 보통의 살아가는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허술하겠지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