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멘 남자아내가 사 준 가방 메고 출근하는 남자
정지현
그렇게 아내가 골라준 가방을 사기로 결정했고, 며칠 뒤 가방은 집으로 배송이 되어 왔다. 아내가 18년 만에 처음 받은 월급. 그 소중한 돈으로 내게 가방을 선물했다. 평소에 필요한 옷이나 가방을 살 때와는 기분이 많이 달랐다.
가드너라는 직업이 밖에서 몸을 쓰며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내는 그 돈을 벌기 위해 며칠을 구슬땀을 흘렸을 테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허리를 숙였다 폈다를 반복하며 꽤나 고생하며 일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4주가 되는 동안 몇 번 일이 잡히지 않아 계약직인 아내에게 들어온 돈도 얼마 되지 않을 텐데, 받은 가방의 무게가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아내가 첫 월급으로 사준 가방을 메고 난 오늘도 출근한다. 가방 가득 아내의 마음을 함께 싣고.
오늘도 아내는 출근한다
"할아버지, 사람은 힘들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할까요? 아니면 자신이 잘하는 일을 좋아하며 하는 게 행복할까요?"
"고진 고래(苦盡苦來)라고 했다. 고생 끝에 또 고생 온다고. 기왕 힘든 거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행복한 게 낫지 않겠냐."
얼마 전 즐겨보는 드라마 한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과 할아버지가 나누던 대화가 기억난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많은 부분 공감되고, 이해돼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이 안 되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인생인 듯하다. 그런 점에서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몸이 조금 힘들고, 고된 것이니 그 고됨도 잊을 만큼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다행히 2주간 일이 없어서 쉬었던 아내는 이번 주에는 오랜만에 일을 나간다. 이번에도 김포 쪽 도심 공원을 예쁘게 꾸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내가 작업한 공원을 찾아 행복하길 바라며 오늘도 아내는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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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월급 받은 아내가 처음으로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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