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달팽이집 연희' 전경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제가 직접 살아보니깐, 무엇이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정기웅(28)씨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아래 민달팽이조합)의 직원이자 입주자이다. 민달팽이조합은 '달팽이집'이라는 사회주택을 공급 및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 '청년 주거'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사회에 던지며 시작한 '민달팽이' 청년들의 활동은, 사회주택을 직접 공급까지 해내며 주목받았다.
현재 민달팽이조합은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도, 전주시까지 300호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민달팽이조합은 설립 이후 7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작년이 되어서야 청년들이 직접 설계하고 공급하고 입주하고 운영하는 모델이 완성됐다.
"집을 짓는 과정은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었는데, 모든 과정을 청년 세입자가 직접 해냈다는 사실이 큰 의미가 있다"는 정씨의 자랑은 오늘의 현실에서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잘 알아야 하는데, 직원이 현장 그 자체에 있으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고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편해요."
사회주택은 운영사마다 고유의 특징이 있는데, '달팽이집'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일치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청년들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민달팽이조합은 조합원이 직원이 되고 입주자가 커뮤니티 매니저를 하고 있다.
청년이 청년을 맞이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입주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와 절차를 보고 당황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같은 문제를 경험한 또래의 입장에서 안내할 수 있으니, 어디가 어떻게 어려운지 정확한 포인트를 집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청년 1인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주거 커뮤니티 내의 실효성 있는 규칙을 만들고 소통하기에 용이하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탑다운(Top-Down)식의 규칙은 적용되기 어렵고,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라고 진행되는 것들이 대체로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또래 활동가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개발한다면, 일상의 다양한 영역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프로그램의 매력도 높아질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같은 청년 세입자들이 운영하고 있기에, 입주자들이 기존의 임대인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조합 사무국의 직원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다.
민달팽이조합의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주택의 설계 단계에서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집을 공급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지역의 청년 활동가들이 모여 달팽이집이 지역에서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자신이 살아갈 공간의 설계도 직접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