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이렇게 다 돌리시는 거예요?"

운전하는 청소년활동가

등록 2021.04.30 15:06수정 2021.04.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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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모두 귀가시킨 후, 집에 도착하여 차 안에서 생각에 잠기며 사진 한장을 남겨보다 ⓒ 오성우

 
나는 청소년활동가다. 2007년에 군산에서 청소년 활동 관련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2015년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 달그락'에서 활동하는 나에게 야밤에는 종종 새로운 직업이 하나 생겼다. 회의나 토론 같은 활동을 마친 청소년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일이다.


청소년들은 나를 '달그락 택시 드라이버'라고 불렀다. 나는 집 앞까지 청소년들을 데려다주면서 꿈이나 일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도시의 동쪽에서 서쪽까지 이동하는 동안 좁은 차 안은 따뜻한 소통과 배움의 공간이 되었다.

군산대학교에서 열린 20대 고민 경험 공유 토크콘서트 '걱정하지 말아요'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모두 내리고, 한 명의 청소년만 남았다. 나는 그에게 오늘 행사가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가족관계로 옮겨졌다. 자신은 종종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고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 할아버지와 관련된 일이었다. 나는 얼마나 그때 당시 마음이 아팠을지에 대해 공감해주었고, 그 청소년에게 앞으로 더 멋진 꿈을 갖고 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평소에 워낙 활발했던 청소년이었기에 이런 아픔이 있을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누구나에게 아픔이 있다. 각자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주고 지지해줄 때, 그 사람은 더 성장할 수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 발짝 더 뗄 수 있다. 작은 공간,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이 소중한 경험이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어느 날에는 차에 탄 청소년들과 진로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각자가 가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었다.
 

한길문고의 문지영 대표님이 책 입고 사진을 찍어 필자에게 보내주었다. ⓒ 오성우

 
청소년자치연구소와 달그락의 청소년들은 2015년부터 지역 곳곳을 누비며 마을 안의 전문가들과 인터뷰했다. 또래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 될 만한 청소년 진로토크콘서트 '달톡콘서트'를 진행해왔다. 이런 내용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발간하자는 논의가 작년부터 있었다. 청소년진로지원위원회, 달그락 청소년들과 책 발간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정리들을 꾸준히 해왔다.


책 전체가 컬러로 제작되고, 300여 페이지라서 제작비와 편집비가 상당했다. 비용을 일부 마련해보고자 올해 2월 텀블벅 프로젝트 <마을에서 뭐하니?>를 진행했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참여자 중 50%의 군산 시외 지역 거주자는 우편발송을 하고, 군산 지역은 직접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며 책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군산의 대표 서점 중 하나인 한길문고에 책을 입고하기 위해 문지영 대표님과 전화 통화도 했다.

배달 첫날에는 중앙로, 금암동, 경암동, 경장동을 거쳐 미장동과 수송동에 거주하는 책 구매자들을 뵙고 전달했다. 부재 시에는 우편함에 넣고 전화 연락을 드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

책을 받아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반갑게 맞이해주며, 오히려 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군산 휴내과 이강휴 원장님은 힘내라며 홍삼액이 담긴 박스를, 삐약삐약 출판사의 전정미 대표님은 최근 발간한 만화를 선물해줬다. 책을 받은 모든 분들이 오히려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책이 기대된다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이강휴 원장님과 전정미 대표님께 받은 선물을 차 신호 대기 때 찍어보았다. ⓒ 오성우

 
둘째날에는 소룡동, 미룡동, 나운동, 수송동 일대를 돌고 한길문고도 방문했다. 올해 2월에 발간된 길위의청년학교 잡지 <이유>와 함께 <마을에서 뭐하니?>를 입고시키기 위함이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기에 문지영 대표님은 계시지 않아 전화를 드려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렸고, 달그락에 돌아오니 나의 스마트폰에는 한길문고 대표님이 보낸 책 게시 사진이 도착해 있었다. 소룡동에 거주하는 꿈청지기 자원활동가의 장은옥 부회장님께는 맛있는 카페모카를 얻어 마셨다. 자기 동네에 왔으니 자신이 대접해야 한다고 했다.

"국장님. 책을 이렇게 다 돌리시는 거예요?"
"네. 대략 50여 명 이상 뵌 거 같은데요."
"힘들지 않으세요?"
"엄청 즐거워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감사고, 그분들 만나면서 제가 더 힘을 얻죠."
"즐거우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 같네요."


군산이라는 소도시의 동서남북을 다니는 동안, 차 안은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나만의 풍성한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건네준 따뜻한 말과 눈빛이 내 마음에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받은 사랑과 감사가 바탕이 되어 나는 오늘도 청소년들을 만난다. 내가 속한 모든 공간에서.
#청소년활동가 #진로 #마을 #감사 #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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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참여와 자치활동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청소년활동가이자, 두 아들의 아빠이며, 사랑하는 아내 윤정원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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