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죽
오창균
음식 버리는 것을 경계하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서 남는 반찬(아래 잔반)이 없도록 음식을 하는 편이다. 어릴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 라면은 특별한 음식이었지만, 온전하게 라면만 먹은 적은 없었다. 그릇의 절반 이상은 국수이거나, 밀가루 반죽의 수제비였다. 국물이 개운하지도 않았고 걸죽했던 그 음식은 라면 맛이 날듯 말듯한 죽이었다.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더 맛있다
지금은 라면이 특별할 것도 없고, 먹어 보지도 못한 여러가지 맛으로 나오고 있지만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아니, 라면만 먹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밥과 함께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걸죽하게 끓인 라면죽을 좋아한다. 라면죽은 정해진 레시피가 없으며, 처치곤란한 잔반을 다 같이 넣고 걸죽하게 죽처럼 끓이면 된다.
젓가락이 필요없도록 봉지에 있는 라면을 손으로 눌러서 잘게 부순다. 물은 라면물보다 넉넉하게 한컵(200cc)정도 더 넣는다. 라면 먹을 때 없으면 섭섭한 김치는 묵은지 또는 신김치를 잘게 썰어서 밥과 함께 넣는 것이 기본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잘 익은 김치국물은 버리지 말고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라면죽 양념으로 사용한다.
라면과 김치, 밥이 기본 재료라고 한다면, 추가로 넣는 재료에 따라서 다양한 맛이 만들어진다. 남아있는 음식 재료와 처치곤란한 그 무엇이라도 다 같이 넣고 끓이면 마법의 라면스프가 맛의 중심을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