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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가 오면 '라죽'이 딱입니다

남기는 반찬이 없는 라면죽 만드는 법... 환경에도 좋습니다

등록 2021.05.10 10:24수정 2021.05.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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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죽

라면죽 ⓒ 오창균

 
음식 버리는 것을 경계하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서 남는 반찬(아래 잔반)이 없도록 음식을 하는 편이다. 어릴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 라면은 특별한 음식이었지만, 온전하게 라면만 먹은 적은 없었다. 그릇의 절반 이상은 국수이거나, 밀가루 반죽의 수제비였다. 국물이 개운하지도 않았고 걸죽했던 그 음식은 라면 맛이 날듯 말듯한 죽이었다.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더 맛있다

지금은 라면이 특별할 것도 없고, 먹어 보지도 못한 여러가지 맛으로 나오고 있지만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아니, 라면만 먹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밥과 함께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걸죽하게 끓인 라면죽을 좋아한다. 라면죽은 정해진 레시피가 없으며, 처치곤란한 잔반을 다 같이 넣고 걸죽하게 죽처럼 끓이면 된다.

젓가락이 필요없도록 봉지에 있는 라면을 손으로 눌러서 잘게 부순다. 물은 라면물보다 넉넉하게 한컵(200cc)정도 더 넣는다. 라면 먹을 때 없으면 섭섭한 김치는 묵은지 또는 신김치를 잘게 썰어서 밥과 함께 넣는 것이 기본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잘 익은 김치국물은 버리지 말고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라면죽 양념으로 사용한다.

라면과 김치, 밥이 기본 재료라고 한다면, 추가로 넣는 재료에 따라서 다양한 맛이 만들어진다. 남아있는 음식 재료와 처치곤란한 그 무엇이라도 다 같이 넣고 끓이면 마법의 라면스프가 맛의 중심을 잡아준다. 
 
 라면죽은 남는 식재료를 다같이 넣고 만든다

라면죽은 남는 식재료를 다같이 넣고 만든다 ⓒ 오창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라면과 모든 재료를 다 같이 넣고, 약불에서 은근하게 끓이면서 눌러붙지 않도록 국자로 저어주면서 죽처럼 끓여낸다. 국물 라면은 면발이 꼬들꼬들 해야 맛있지만 라면죽의 면발은 완전히 익어서 퍼져야 맛있다. 라면죽에 달걀을 풀거나 참기름, 후추가루를 넣어서 먹는 것도 괜찮다.


라죽으로 버리는 음식 줄이기

청년 시절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민박집에 머물 때도 마지막 날은 남은 재료를 넣고 끓인 라면죽을 먹었다.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 국물 라면을 먹기도 하지만, 라면죽도 숙취 해소에 괜찮다. 


여럿이 함께 사는 공동체에 생활하면서 남는 밥과 반찬을 처리하는 것이 곤란할 때가 있다. 밥이 넉넉하게 남으면 김치와 있는 재료들을 넣어서 볶음밥을 했다. 하지만 한 그릇 정도의 밥과 잔반이나 약간의 식재료가 남으면 어떻게 할지 살짝 고민스럽다. 남은 음식을 버리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라면죽은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맛있다

라면죽은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맛있다 ⓒ 오창균

 
일요일 오후, 남은 아침밥과 부스러기 재료들을 넣고 점심으로 라면죽을 준비하면서 공동체 식구 낙지(별명)의 반응이 궁금했다.

"낙지, 라죽 먹어봤어요? 라면과 찬밥에 남는 재료 다 넣고 만들어서 개죽이라고도 하는데..."
"아니, 먹어본 적도 없고 처음 들어보는데 맛이 궁금하네...."


오십살이 넘도록 라면죽을 모르는 낙지가 이상했지만, 맛을 본 그는 진짜 죽처럼 맛있다면서 죽 전문점에서 메뉴로 만들어도 잘 되겠다고 했다. 라면 한 개만으로는 포만감이 부족할 때 냉장고에 남아있는 식재료들을 모아서 라면죽으로 먹으면 든든하다. 육류, 해산물, 채소 등 어떤 재료와 다 함께 섞어도 잘 어울리고 맛있는 특별한 음식이 된다.
#라면 #라면죽 #개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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