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7월 15일 계엄사 합동수사본부가 외무부장관에게 보낸 프랑스 여성 콜렛 누아르에 대한 '수사협조 의뢰' 문서.
외교사료관
1980년 7월 15일 합동수사본부(아래 합수부)는 외무부(현 외교부)에 '수사 협조 의뢰'란 제목의 문건을 보낸다. 2011년에야 외교부가 공개한 이 문건은 최근까지도 외교사료관에 잠들어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 문건에는 프랑스인 여성 콜렛 누아르가 피의자로 등장한다. 5.17 비상계엄과 5.18 민주화운동의 매서운 시절에도 콜렛 누아르의 사례처럼 외국인이 소환조사 대상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포고령 위반 관련 혐의로 조사코저 하니 해당 대사관과 협조 후 결과 통보 바랍니다.
사실 '의뢰'가 아닌 '명령'이었다. 당시 합수부는 신군부의 핵심 거점이었다. 반면 외무부를 비롯한 행정부는 껍데기만 남은 허수아비, 더 나아가 쿠데타 세력인 신군부에 꼬리를 흔들던 충견에 가까웠다. 협조를 요청하는 듯한 위 문장은 외무부 입장에선 '외국인 한 명을 잡아와야 하니 외교 문제로 불거지지 않게 잘 처리하라'는 '어명'과도 같았다.
합수부는 콜렛 누아르를 "외국 수녀, 국제카톨릭여자협조회, 평신도 사도직, 45세 가량"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실제 수녀는 아니었다. 어쨌든 '외국 국적의 종교인'은 무소불위의 합수부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신분이다. 외교 문제는 물론 종교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콜렛 누아르의 소환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