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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7만명이 찾는, 산골마을 한우 정육식당의 인기 비결

[지역을 바꾸는 사람들] 강원도 홍천 사랑말 영농조합법인

등록 2021.05.19 19:26수정 2021.05.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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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소를 키운 역사는 4천여 년 전으로 추정되며 삼국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농경에 사용되었다. 소는 단순히 농사용으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고 우리 민족의 삶과 생활문화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문화관광부는 2006년 한우를 100대 민족문화상징으로 선정하였다. 영화 <워낭소리>(2009년 이충렬 감독,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가 별다른 홍보도 없이, 자극적인 소재도 없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총 관객수 300만 명을 기록한 이유이다.

영화에서처럼 소와 농민은 단순히 일을 시키고 부려먹는 관계가 아니라, 한 식구(食口)와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래서 소는 한 집에 사는 노비나 종처럼 생구(生口)의 대우를 받았다. 영화 속의 최 노인은 소밥을 챙겨주지 못한다며 논에 농약을 치지 않을 정도로 끔찍이 소를 아꼈다.

일소, 고급육이 되다
 
 홍천 사랑말 한우 조합원의 한우 사육장
홍천 사랑말 한우 조합원의 한우 사육장 지역재단 김인규
 
일소(役牛)는 1970년대에 경운기가 들어오면서 농용우의 역할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육우(肉牛)가 되었다. 그렇지만 재래종 일소가 육종개량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한우(韓牛)가 된 역사는 길지 않다. 1980년대 말 이후 쇠고기 수입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마블링(근내지방량) 좋은 한우 고급육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마블링이 좋은 1++ 혹은 1+ 등급의 소는 1990년대 초반까지도 흔하지 않았다. 지금은 마블링이 소의 등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우는 기름지고 부드러운 소고기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는 한우 고급육화 정책의 산물이다. 수입소와 차별화하기 위해 우리 소라는 이미지의 '한우'가 탄생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돼지를 '한돈'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고급육 정책은 성공했지만, 한우는 비싸서 일반 사람들이 사먹기 어렵고 일부 부유층의 기호 식품이 되면서 '우리 소'의 지위를 상실했다. 1980년대 말 이후 농축산물수입개방으로 소고기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고기 자급률은 1985년 96.1%에서 1990년 52.5%로 낮아지고 2002년에는 36.6%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자 한우 농가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생산농가에서 자구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6년 12월 경북 예천군 지보면(당시 인구 3600명의 작은 마을)에 한우 생산농가가 직접 정육점과 식당을 운영하는 '지보참우마을'이 문을 열었다. "적어도 전체 국민의 70%가 한우를 먹고 사랑해야 진정으로 한우라고 할 수 있다"는 '한우의 대중화'를 표방한 지보참우마을은 2009년 지역재단의 지역리더 조직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지보참우마을이 쏘아 올린 한우생산농가의 직영 정육점 및 식당 모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들은 협동조합 혹은 영농조합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29곳, 영농조합법인으로 운영되는 곳이 300여 개에 달한다.

운영방식이 매우 다양하지만, 협동조합 가운데는 전북 완주군의 '완주한우협동조합'(브랜드명 고산미소)이, 영농조합법인으로는 '홍천한우 사랑말 영농조합법인'(브랜드명 홍천한우 사랑말)이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곳 모두 공교롭게도 2012년에 직영 정육점 및 식당을 개설하였다. 교통도 불편하고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경치도 없는 산골 마을에 있지만, 직영 한우식당은 많은 고객을 불러들여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글에서는 홍천한우 사랑말영농조합법인(이하 사랑말 한우)을 중심으로 한우의 대중화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사랑말 한우'가 걸어온 길
 
 홍천 사랑말 한우 육가공센터 전경
홍천 사랑말 한우 육가공센터 전경지역재단 김인규
 
사랑말(말은 마을의 방언) 한우가 위치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은 산골 오지 마을로 사랑말 한우를 시작한 2005년에는 교통이 매우 불편하였지만, 2009년 10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동홍천 구간이 개통되면서 외부 세계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자동차로 서울에서 1시간~1시간 30분 소요).

사랑말 한우는 2005년 '홍천 사랑말 권역 농촌마을 종합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많은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추진된 것에 반해 홍천군 사랑말은 친환경 축산 테마 마을을 내걸고 한우 사업에 투자하였다. 흔치 않은 일이라 농림부 담당자를 설득하는데 애먹었다고 한다.

마을 사업 예산(5년간 69억 원)의 절반 이상을 순차적으로 투자하였다. 2008년 35농가(총 사육두수 1000두)가 모여 홍천 사랑말 한우 영농조합법인(대표: 나종구)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한우 사업을 시작하였다.

더 좋은, 더 경쟁력 있는 소를 생산해 내기 위해 홍천한우 사랑말 농부들은 스스로 사업가이자 연구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생산비를 절감하고 질 좋은 사료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사료를 연구했고 자유채식 방식의 사료인 완전배합사료(TMR)를 도입하게 되었다. 
 
 TMR 사료공장 전경
TMR 사료공장 전경지역재단 김인규
 
2011년 TMR 사료공장을 설립하였고 이 사료를 통해 소의 질병이 줄고 육질도 좋아지면서 한우 사육두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2011년 소값 폭락(600kg 기준 두당 2010년 평균 525만 원에서 378만 원으로 하락)에도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비싼 것을 보고, 2012년 농가직영 정육점 및 식당을 건립하여 한우를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직접 판매하기로 하였다.

2013년에는 육가공센터를 설립하여 TMR 공장과 함께 안정적 사육 기반을 구축하였다. 2016년에는 한우유통조직 최초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획득하여 사랑말 한우의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2018년에는 정육점과 함께 주변 농가의 농산물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로컬푸드 센터와 카페를 겸한 '모두의 한우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여 지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사랑말 한우는 한우생산, TMR 사료공장과 육가공센터 그리고 홍천(본점)과 의정부(지점)에 각각 직영정육점 및 식당을 운영하여 6차 산업화(1×2×3차)를 실현하고 있다. 매년 사업이 크게 성장해 현재 62명의 조합원이 3600여 두를 사육하고 있다.

사랑말 한우는 2020년 1451두(거세우 807두, 암소 644두)를 매입하였는데 80%가 조합원이 생산한 소고 나머지 20%는 홍천군에서 생산된 소다. 2020년 현재 법인 전체로 70명의 정규직 직원이 연간 347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산골 마을(홍천 본점)에 연간 17만 명의 소비자가 방문을 하고 있는 점이다. 북방면 주민(2021년 현재 3900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매주 이곳을 찾으니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말 한우의 철학: 모두의 한우
 
 홍천 사랑말 한우가 직영하는 정육점 내 로컬푸드 매장
홍천 사랑말 한우가 직영하는 정육점 내 로컬푸드 매장지역재단 김인규
 
사랑말 한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모두의 한우'라는 말로 대표되는 '모두의 농가, 모두의 식탁, 모두의 행복'이라는 '사랑말 한우'의 철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모두의 농가. 농가의 소득보장을 위해 생산비를 줄이고, 최고의 경매가격으로 매입하고, 별도의 장려금(1등급 이상 두당 42만 원, 무항생 한우 두당 10만 원)과 여름철 성수기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모든 소득을 합하면, 사랑말 한우 조합원들은 전국 농가에 비해서 두당 120만 원의 추가소득을 얻는다.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양질의 TMR 사료를 저가에 제공하고, 소모품을 공동구매하여 시중가격의 절반에 공급한다. 사랑말 한우는 자유채식의 TMR 사료를 사용하여 고품질 한우(1++등급이상 출현율 54.9%, 전국 평균 23.2%)를 생산한다.

이로써 농가는 높은 판매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조합원에게 법인의 이익을 배당하지는 않는다. 소값이 폭락할 때를 대비하여 6억 원의 생산안정기금도 마련하였다.
  
 TMR 사료(곡물과 건초 배합)
TMR 사료(곡물과 건초 배합) 지역재단 김인규
 
둘째, 모두의 행복. 소비자에게 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유통과정에서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사랑말 한우의 정육점 판매 가격은 20~30% 저렴하고, 식당의 판매 가격은 일반 식당의 절반 수준이다. 식당에서 소비자는 상차림비 4천 원을 지불하고 정육점에서 구매한 소고기를 구워 먹는다. '농가는 소를 판 이익 외에는 가져가지 않는다'는 운영원칙을 갖고 있다.

사랑말 한우는 소를 구입하여 도축은 외부에 위탁하지만, 육가공에서 정육점 판매까지 직거래를 하여 유통비용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소비자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 정육점 및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가의 한우를 안정적으로 사육하고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랑말 한우에서 발생한 이익은 조합원에게 배당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매년 7천만 원가량의 돈을 먹거리 취약계층 지원이나 장학금, 마을지원비 등으로 기부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기부재단을 설립해 체계적인 지역사업을 할 예정이다.

셋째, 모두의 식탁. 사랑말 한우는 직원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본점과 지점을 합쳐 7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모두 정규직이다. 요식업계에서 보기 힘든 주 5일 근무를 도입하였고, 다른 곳보다 급여나 복지가 좋은 편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홍천 지역의 젊은이들로 사랑말 한우가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이들의 몫이 크다. 직원의 25%는 사회적 약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16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고, 2020년에는 청년 친화 강소기업과 강원도 사회적 경제 선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리더십 
 
 홍천 사랑말에 직영하는 한우식당 전경
홍천 사랑말에 직영하는 한우식당 전경지역재단 김인규
 
사랑말 한우의 성공에는 2008년 법인 설립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나종구 대표의 리더십과 헌신이 있다. 나종구 대표(57)는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부터 홍천에서 자랐다. 소를 키우며 농민운동(홍천군 농민회장, 전농 강원도연맹 부의장 등)을 열심히 하던 그는 한우작목반으로 시작해 사랑말 한우까지 설립했다. 그에게는 사랑말 한우도 농민운동의 연장이라고 한다.

투쟁 중심의 농민운동에서 벗어나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그는 한우 생산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한우의 대중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사랑말 한우는 이익(이윤)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소를 키우는 농가입니다. 우리가 키우는 소를 제값 받고 안정적으로 팔고, 소비자들이 한우를 저렴하게 즐기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한우농가에는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소를 구입하고 최고의 사료를 원가에 제공하지만, 이익을 배당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유통업자가 아닙니다. 육가공센터, 정육점, 식당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고기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랑말 한우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어야 하고,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사랑말 한우는 홍천 축협 등 주변의 다른 법인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 대표의 경영철학은 위에서 말한 '한우의 대중화'를 위한 '모두의 한우'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에게 사랑말 한우에 관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나종구 홍천 사랑말 영농조합법인 대표
나종구 홍천 사랑말 영농조합법인 대표지역재단 김인규
 
- 왜 사랑말 한우를 2016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나.
"사랑말 한우에는 젊은 직원들이 많은데 법인이 해산되면 이들이 직장을 잃게 된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법인의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 사랑말 한우에 젊은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육가공 관련 기술을 잘 배울 수 있는 데다가, 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실시하고 있고, 복지와 급여가 다른 곳에 비해 좋기 때문이다. 대부분 홍천군에 거주하는데, 북방면이 홍천읍과 2km 거리에 있어서 생활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쇼핑을 대부분 인터넷으로 한다.

수익을 조합원에게 배당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직원들의 안정적인 근무(급여 및 복지)에 중점을 두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임금을 비용으로 보지 않는다. 적절한 임금을 포함해서 원가를 정한다." (필자: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유명한 슈마허는 일(임금)을 비용으로 보는 것은 고용주의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 한우의 대중화를 위해 사랑말 한우의 직영 정육점 및 식당을 대도시에 내는 것이 좋지 않은가.
"쉽지 않다. 2015년 7월 2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홍천 사랑말 한우 정육점·식당 의정부점을 개설하였다. 의정부시는 인구가 40만 명이 넘는 큰 도시이므로 장사가 잘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처음 몇 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생산지(홍천)와 소비지(의정부)의 고객이 원하는 바가 달랐다. 생산지의 고객은 주로 가성비를 따지지만 소비지의 고객은 서비스의 질에 민감했다. 지금은 잘 되고 있지만 서울 등으로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 홍천에는 사랑말 한우 이외에 홍천 축협의 '늘푸름 한우', ㈜ 농업회사법인 '늘푸름홍천한우'도 있다. 어떤 관계인가.
"선의의 경쟁 관계다. 서로 다투지 않는다. 사랑말 한우의 모델(생산농가 수익성보장,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소고기 제공, 직원 복지, 지역사회 기여 등)이 다른 한우 조직에도 조금씩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사랑말 한우를 한우협동조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축협은 신용사업에 상당 부분 중점을 두고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품목조합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지역농협이나 지역 축협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용사업을 분리하여 품목조합으로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우는 이미 한우협동조합과 한우협동조합연합회가 결성되어 있으니, 품목조합을 선도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러려면 사랑말 한우도 영농조합법인의 틀을 벗어나 한우협동조합으로 합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협동조합이 개혁되어야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 사랑말 한우와 같은 모델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나 대표와 같은 철학을 지닌 경영자가 많이 생겨나야 하고, 조합원들이 그러한 철학에 동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우 사육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랑말 한우의 모델이 확산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을 교육하고, 조직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내친김에 나종구 대표에게 한우 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다.

- 사랑말 한우의 모델이 확산되어 한우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하는데 가능하겠는가. 소고기 소비가 늘면서(2003년 1인당 8.1kg에서 2019년 13kg) 한우 생산(2003년 12월 127만 두에서 2019년 12월 308만 두)도 늘었지만, 소고기 자급률은 2019년에 36.5%에 지나지 않는다.
"한우 소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한우 생산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사랑말 한우 같은 모델이 확산된다면, 소비자들이 지금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한우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한우 생산을 늘리고 한우 가격을 낮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한우 생산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대농가들은 가격 하락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소농가들은 생산을 늘리기 원한다. 물론 소농가들도 가격 하락을 원하지는 않지만. 나는 한우 생산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게 한우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큐 영화 <카우스피라시>
다큐 영화 <카우스피라시>넷플릭스
 
- 한우 생산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으로 반대 여론이 클 수 있다. 최근 방영된 킵 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카우스피라시>(cow+conspiracy: '소에 관한 음모')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엔 식량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을 기르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대중교통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많다. 소의 메탄가스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보다 86배 더 해롭다.

가축은 기후변화의 주범일 뿐 아니라 엄청난 자원을 사용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세계 물 소비량의 30%, 땅 면적의 45%,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91%가 가축의 방목과 사료를 위해 사용된다.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다양한 종의 멸종을 가져온다.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축산업의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축산업, 육류 생산 및 식품생산에 종사하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압력으로 그린피스나 시에라클럽 같은 국제적 환경단체도 침묵하고 있다고 <카우스피라시>는 말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가 크게 제기되고 있지 않지만 유럽 등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내가 2년 전 프랑스와 독일을 방문하였을 때 대규모 농민시위가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농산물 가격을 올려달라거나 돈을 달라는 시위가 아니라 '우리를 적으로 몰지 마라'는 시위였다.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들이 농업 특히 축산업에 비판적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에 반발하는 시위였다. 농민들은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우리를 비난하느냐"라고 항변하였다. 농민들의 이유 있는 항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카우스피라시>가 말하듯이 채식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축산과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육식을 원하는 한 당장 채식으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뭔가 타협점이 없을까.


"한우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우의 규모화·기업화 정책을 중단하는 게 좋다. 적정 두수의 범위 내에서 소농에 의한 친환경적 한우 사육을 장려하는 게 좋다. 배합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급 사료(조사료)의 비율을 높이고, 경축순환(가축 분뇨로 작물을 기르고, 작물의 부산물을 가축의 사료로 쓰는 것)으로 배설물 처리를 용이하게 하면 한우농가와 환경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마블링 중심의 고급육 생산 정책과 등급제도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닌가. 마블링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배합사료(거의 100% 수입 원료에 의존)를 먹어야 하는데, 이는 사료회사의 배만 불리고 환경을 파괴할 뿐, 농가에도 소비자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마블링을 늘리기 위해서 소를 좁은 축사에 가두어 활동량을 줄이고 억지로 고칼로리의 사료를 먹여 살찌우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비난한다. 마블링 중심의 고급육 소비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일본이 심한 편이다.
"마블링 중심의 고급육 생산의 문제점에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고급육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속되는 한 쉽게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드라이에이징'(dryaging) 시설 내부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드라이에이징'(dryaging) 시설 내부지역재단 김인규
 
- 소의 사육을 늘리지 않으면서 한우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우 등급제의 개선과 더불어 비선호 부위에 대한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우 고기의 경우 등심과 안심 등 거세우의 구이용 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등급별·부위별 가격 차가 매우 크다. 새끼를 많이 낳은 다산 암소 고기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새끼를 많이 낳기 전에 잡는다. 이는 송아지 생산을 줄여 한우 산업의 기반을 위협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랑말 한우는 2년 전부터 '다산 암소 드라이에이징'(dryaging: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방법)을 하고 있다. 드라이에이징을 하면 새끼를 많이 낳은 암소도 부드러워지고, 단기 비육우보다 뛰어난 풍미를 보인다."
 
 드라이에이징을 한 상품
드라이에이징을 한 상품지역재단 김인규
 
나종구 대표는 "사랑말에서 다산 암소를 제값에 매입한다면, 좋은 송아지를 낳는 암소는 계속 송아지를 낳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다산 암소의 드라이에이징은 드라이에이징의 대중화, 저지방육의 부가가치화, 고품질 송아지 생산 기반 마련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낳는다고 한다.

또 사랑말 한우는 비선호 부위인 국거리나 불고기 거리의 정육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발효육을 개발하고 있다. 발효육은 고기에 발효균을 발라서 질긴 부위를 부드럽게 변환하는 것으로 가공에 해당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가공품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발효육이 곧 개발되면 구이용 한우 소고기 가격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 대표와의 오랜 인터뷰를 끝내면서 사랑말 한우의 성취가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한우 농가는 안심하고 생산에 전념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즐기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우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천 #사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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