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녹산공단) 안내도 일부.
김보성
부산 강서구의 녹산국가산업단지(녹산공단)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도금업체 다수가 영세한 사업장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현장 노동자 일부는 취급물질이 무엇인지 관련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산재 관련 노동단체들은 "작업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청도 이들 단체와 만나 사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노동자들이 증언한 도금업체의 상황
유해한 화학물질 취급해도 안전은 미흡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두 달 동안 녹산공단 관련 도금사업장에 대한 노동환경 실태조사가 진행됐다. 이주노동자의 비중이 높아 설문지는 12개 언어로 번역됐고, 50여 개의 도금업체 가운데 38개 업체 93명의 답변을 받아 분석했다. 7명은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사업장의 상황을 진술했다.
17일 공개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은 50인 미만이 72.1%로 대부분 영세한 규모였다. 20인 미만도 57.1%에 달했다. 노동자들의 국적은 한국인이 37.6%, 타국 출신인 이주노동자는 61.4%였다. 이들 중 34%는 하루 8시간 이상을 초과해 일했고, 10시간 이상(23.7%), 매주 토요일 출근한다(18.3%)는 답변도 있었다.
응답 노동자들이 취급하는 도금의 종류는 크롬, 니켈, 아연이 가장 많았다. 카드뮴과 주석 등도 일부 포함됐다. 그런데 도금업체에 일하면서도 취급하는 물질을 "모른다"는 응답이 30% 가까이 나왔다.
도금작업 전 산처리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염산(24.6%)과 황산(22.2%)이 절반을 차지했다. 수산화나트륨, 시안화합물, 초산, 질산, 불산, 암모니아수 사례도 확인됐다. 이 항목에서도 "취급물질을 모른다"는 응답이 역시 30%나 됐다.
당연하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응답자의 26.9%는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험성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화학물질의 노출이나 폭발, 화재 발생 시 대처 방법과 관련해선 24.7%가 "모른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분기별 6시간 안전보건교육을 받게 되어 있지만, "교육한 적이 없다"는 대답도 36.6%로 조사됐다.
3곳 중 1곳(26.9%)은 냄새나 연기 등 유해한 물질을 공정별로 막아줄 격리 칸막이조차 없었다. 특히 방독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응답은 28.3%에 불과했다. 관련법상 필수적인 특수건강검진은 2명 중 1명(49.5%)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