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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2.12 직후 전두환, 해외공보관 불러 "외신 순화" 거론... 영상 최초공개

계엄사 합수부 '해외공보관 브리핑 및 다과회'... 전두환 왜 이들을 불렀나

등록 2021.05.18 12:40수정 2021.05.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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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공개] 12.12 두 달 후 전두환 '다과회' 영상 . ⓒ 보안뉴스

  
양복을 차려 입은 이들이 줄줄이 서서 전두환과의 악수를 기다리고 있다. 군복을 입은 전두환이 여유로운 미소를 내보이며 손을 내밀자, 그들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응답했다. 전두환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상대 쪽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란 말이 돌아오기도 했다.

경쾌한 음악이 배경음으로 깔려 있는 위 영상은 1980년 2월 8일에 촬영된 것이다. 국군 보안사령부(보안사)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보안뉴스'로 중 하나로 '해외주재 홍보관 초청 브리핑 및 다과회'란 제목이 붙었다.
 
 국군 보안사령부가 제작한 '보안뉴스'의 1980년 2월 8일자 영상. 국군 보안사령관이자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인 전두환이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을 불러 브리핑 및 다과회를 진행한 모습이 담겨 있다.
국군 보안사령부가 제작한 '보안뉴스'의 1980년 2월 8일자 영상. 국군 보안사령관이자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인 전두환이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을 불러 브리핑 및 다과회를 진행한 모습이 담겨 있다. 보안뉴스
 
4분 27초짜리 영상엔 보안사 소속 인물들로 구성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합수부)가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해외문화홍보원)을 불러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엔 브리핑의 구체적 내용이 나와 있진 않고, 유일하게 정도영 합수부 안전처장의 모두발언 중 일부만 담겨 있다. 정 처장의 말에서 해외공보관이 주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추측할 수 있다.

"합수부 안전처장입니다. 문공부(문화공보부) 차관님, 그리고 해외 각국에서 홍보 활동에 노고가 많으신 공보관 여러분들의 합수부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10.26사건 및 12사태(12.12군사반란으로 추정)에 대한 외신 순화와 홍보활동을..."

당시 전두환은 '아직' 군인 신분이었다. 박정희가 피살된 10.26사건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은 직후 꾸려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 자리에 올랐고, 이후 12.12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영상이 찍힌 2월 8일은 12.12군사반란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이 정부부처 직원을 불러 다과회를 열고 "외신 순화와 홍보활동"을 거론한 모습을 통해 당시 전두환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또한 해외공보관 직원들이 전두환을 '알현'하기 전 간담회를 가졌던 인물이 최규하 대통령(2월 4일), 신현확 국무총리(2월 5일)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당시 전두환의 위세가 어땠는지도 알 수 있다.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들이 1980년 2월 5일 최규하 대통령과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매일경제신문> 기사. 해외공보관들은 사흘 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를 찾아 전두환과 다과회를 가졌다.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들이 1980년 2월 5일 최규하 대통령과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매일경제신문> 기사. 해외공보관들은 사흘 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를 찾아 전두환과 다과회를 가졌다.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이러한 '친밀관계' 형성은 5.17비상계엄과 5.18민주화운동 직후에 그 값어치를 드러냈다. 박동진 당시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이 1980년 6월 11일 재외공관장 전원에게 보낸 '대외활동 적극화를 위한 특별대책반 운영' 문건에는 "6월 10일 특별대책반을 꾸려 24시간 비상근무 태세에 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정무담당 책임자를 정무차관보로 삼고 "문공부(문화공보부), 특히 해외공보관장과 긴밀히 협조"하라고 덧붙였다.

즉 외무부가 문화공보부 소속의 해외공보관과 협업해 "국내 사태와 관련한 대외 활동 적극화"를 도모한 것이다. 이후 외무부 및 재외공관은 현지 정부·언론·교민사회 등에 5.17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알리고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부 중남미 대사관에선 '5.18 북한 개입설'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도 최근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단독] '5.18 북한 개입설' 퍼뜨렸던 외무부... 대외비 문서 첫 확인 http://omn.kr/1t5aq)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규명위원회(위원장 송선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남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공관에서 (해외) 반응에 대해 보고한 자료들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국가기록원으로부터 200기가가 넘는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박동진 당시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이 1980년 6월 11일 재외공관장 전원에게 보낸 '대외활동 적극화를 위한 특별대책반 운영' 문건에는 "6월 10일 특별대책반을 꾸려 24시간 비상근무 태세에 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정무담당 책임자를 정무차관보로 삼고 "문공부(문화공보부), 특히 해외공보관장과 긴밀히 협조"하라고 덧붙였다.
박동진 당시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이 1980년 6월 11일 재외공관장 전원에게 보낸 '대외활동 적극화를 위한 특별대책반 운영' 문건에는 "6월 10일 특별대책반을 꾸려 24시간 비상근무 태세에 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정무담당 책임자를 정무차관보로 삼고 "문공부(문화공보부), 특히 해외공보관장과 긴밀히 협조"하라고 덧붙였다.외교사료관
 
#전두환 #12.12 #문화공보부 #해외공보관 #5.18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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