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조투씨딴조투씨는 한국에 있지만 미얀마 민주화투쟁의 승리를 염원하며 매주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피켓을 들고있다.
다산인권센터
딴조투씨는 2017년 10월에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 가전제품에 부착될 유리 위에 인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도 수공예 인쇄 디자인 일을 한 경험이 있지만 처음 한국에 와서는 많이 힘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직장상사는 엄하게 일을 가르쳐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많이 위축되었다. 불량을 내지 않기 위해 신경을 너무 써서 한동안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당시에 같이 일을 시작했던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이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한 가지 일이라도 열심히 배워서 능숙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견뎠다. 네 번 정도 울었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창피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작년에 1년 10개월 비자를 연장하여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최근 사장님으로부터 작업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칭찬을 들었다. 긴 시간을 한 회사에서 생활하니 엄하고 무서운 직장상사도 딴조뚜씨가 스스로 일을 챙겨서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준다. 이제는 일이 익숙해져서 일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딴조투씨 회사도 일이 많지 않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기본급 정도만 받고 일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사장님은 딴조투씨가 일요일에 수원역 피케팅에 나가는 것을 모른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니 외부활동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들었다. 사장님 말이 신경은 쓰이지만 그에게는 코로나 감염보다 미얀마 군부독재 상황이 더 무섭다.
"저와 같이 일하는 2명의 미얀마 노동자에게는 여기에 같이 나오자고는 안 해요. 회사에 피해를 저도 생각해요. 이렇게 나와서 활동하는 것 사장님 모르지만 알아도 상관없어요. 저는 매주 여기에 있을 거예요. 문제없어요. 만약 사장님이 나의 미얀마 투쟁을 반대해서 회사를 나가라고 해도 나는 두렵지 않아요.
지금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봐 더 두려워요. 미얀마에 있는 우리 부모님과 동생들을 생각하면 두렵지 않아요. 제가 지금 하는 활동 영상을 엄마에게 보내드리면 엄마가 열심히 하라고 응원도 하세요."
두렵지 않다고 다부지게 말을 이어가던 딴조투씨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 헛기침을 하고 잠시 말을 멈춘다. 그의 가족은 모두 10명이다. 부모님과 위로 누나가 1명 있고 그가 둘째다. 그리고 6명의 동생이 있다. 쫑알쫑알 귀엽게 말하는 막내는 6살이다. 그는 한국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보낸다. 가족들은 딴조투씨가 보낸 돈으로 시내에 집을 한 채 마련했다.
아버지는 시위에 참여하기에는 연세가 많으시고, 그 외 가족은 모두 여성들이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성폭력 위험에 빠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아버지만 잠깐씩 외출하여 통제시간 전에 장을 봐서 돌아온다. 집 밖으로 나올 때는 핸드폰을 가져가면 안 된다. 군인에게 핸드폰을 검문 당해서 시위에 참여한 사진이나 관련 내용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잡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식료품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었는데 5월부터 몇 군데가 문을 열었다. 시장에 가도 물건이 없다. 채소만 조금씩 사와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