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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문재인 홀대론, 이 기사는 정말 최악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한미정상회담 성과 폄훼하는 그들

등록 2021.05.25 14:14수정 2021.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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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소셜 미디어 상엔 한 장의 사진이 나돌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무릎을 굽히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 공식 사진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행사장 안에서 멀뚱히 홀로 서 있는 듯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은 일간베스트 등 극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공유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참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외 나갈 때마다 이런 광경을 봐야 합니까?"라고 적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안 있어 당시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MBC 보도 영상이 전파됐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이 통역으로 보이는 여성 옆에서 백악관 의전 담당자를 기다린 것은 말 그대로 찰나였다. 문 대통령은 의전 순서대로 바이든 대통령과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이 퇴장하는 것을 기다린 것이었고, 이어 수 초 후 의전 담당자 및 통역관과 함께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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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공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 박수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 찰나의 순간을 캡처한 후 실제 상황과 전혀 다른 맥락을 퍼트린 이들의 의도는 빤했다. 문 대통령이 미 백악관 측에 '홀대 받았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폄훼하려는 의도 말이다.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에 등장했던 홀대론과 같은 맥락이다.

역대 한미정상회담 사상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회담과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어떻게든 폄훼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펼쳐졌다.

홀대론과 흠집내기

꼬투리를 잡은 보도도 부지기수였다. '백신 스와프'가 물거품이 됐다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병입생산'이 성에 안 찬다는 논조들이 적지 않았다. 포털 메인을 장식한 <물거품 된 '백신 스와프'…모더나 백신 병입생산 떨떠름한 삼바>란 <머니투데이> 기사가 대표적이었다.

이를 두고 여준성 보건복지부장관 정책 보좌관은 본인 소셜 미디어에 "백신 스와프가 진행된 적이 없는데 '물거품'이라니요?"라는 반박 글을 게재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또한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최선이 아닌 바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언제쯤 기자들과 싸울 일이 없어질까요?"라고 꼬집었다.


24일 <월간조선>은 <구글에 문재인-바이든 오찬에 등장한 'crab cake' 치면 연관검색어 1위가 'slang'인 이유는?> 기사에서 한미정상회담 당시 화제가 된 '크랩 케이크' 오찬에 대해 "속어로 '우리 패거리도 아니면서 근처에 와서 빌빌거리고 절대로 꺼지지도 않는 놈'이라는 의미"란 인터넷 상 글을 기사화해 빈축을 샀다.

물론, 보수야권도 가만있진 않았다. 23일엔 "기대가 컸던 정상회담이었기에 아쉬움도 남는다"는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의 구두 논평이 나왔으나 채 하루도 못 가 톤이 바뀌었다. 24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낯 뜨거운 호들갑을 떨만한 평가는 과도한 견강부회"라며 "우선 온 국민이 희망을 걸고 있는 백신 확보는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 한 달 전 미국을 방문해 1억 회 분의 백신을 확보한 일본 스가 총리의 성과와 대비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현 정부가 2억 회 분 가량(9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백신 허브 등 향후 백신 주도권에 한발 나아간 성과는 통째로 무시한 주장이었다. 그런 주장은 또 있었다.

같은 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외화내빈" 운운하며 이런 평가를 내놨다. 마치 정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대기업을 압박해 44조원 투자를 강요했다고 오해할 만한 발언이었고, 정부의 공식 발표 없이 세간에서 군불을 지핀 '백신 스와프'를 앞세운 비판이었다.

"4대 기업의 피 같은 돈 44조 원 투자를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와 맞바꾼 기대 이하의 성적표였다. (...) 우리가 요구했던 백신 스와프가 성사되지 못하고, 미국이 군사적 차원에서 필요했던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얻는 데 그친 것은 매우 아쉽다."

최소한의 균형과 상식

언론이나 보수야당이 외면한 장면도 많았다. 특히 국내 언론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화기애애한 분위기나 미국 유력 인사들의 환대, 달라진 국격 등은 애써 무시했다.

반면 정상회담 공동 발표문 공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진심어린 예의를 표한 것에 주목한 이도 있었다.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진행하는 KBS 최경영 기자는 "단지 미국과 한국의 백신 문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도-태평양, 나아가 세계 전체를 위해 백신을 함께 생산하자는 그 부분에서 그(바이든 대통령)가 좋았다"며 "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 간의 인간적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라고 평했다.

앞서 최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발언에서 문 대통령을 칭찬한 발언을 빠뜨리고 번역한 국내 언론의 의도된 무지를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 소셜 미디어 상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등이 문 대통령을 향해 'His Excellency Moon Jae-in'이라 표현한 것에 주목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미 백악관이나 국회에서 타국 정상들에게 'His Excellency'(각하)란 표현을 쓴 예가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는 미국에서 얻어 오는 걸로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이제는 우리가 미국에 투자를 하고 미국 대통령이 그것을 요청할 정도로 우리 국격과 국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새삼 놀랐습니다, 저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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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24일 정세현 민주평통 부의장이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놀라움을 표시하자 함께 출연한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은 "이렇게 주고받는 게 확실한 정상회담은 처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트럼프 때는 우리가 주는 경우, 부탁하는 경우였고"라고 맞받았다.

그럴 만하지 않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지대한 관심을 쏟아온 분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부분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이 확인됐고, 소위 '반대기업 정서' 또한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백신 불안'을 해소시킬 희소식도 적지 않았고, 향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비핵화의 초석을 마련할 북한과의 대화 및 교류의 초석도 재차 마련했다. 미사일 지침 종료 선언과 같은 명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백신 파트너십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공동 미래 전략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관계 등 일부 우려 지점 및 향후 과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기대보다 더 큰 폭의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4년 전처럼 홀대론을 지피고픈,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픈 이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장면이 있다. 바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지난 2014년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활약 말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이해 못해 '말잇못' 상황을 연출, 오바마 대통령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박근혜씨.

그런 박씨가 해외 순방만 나서면 '패션 외교' 운운하고 '좋은 날씨도 대통령 탓'을 외쳐대던 보수 정치인들과 우리 정치인들이 여럿이었다. 박제된 기사들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상실해 버린 것이 아니라면, '패션외교' 운운했던 이들은 적어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만큼은 최소한의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 '국익'을 위해 향후 미칠 영향들을 요목조목 분석하는 요량을 베풀 수는 없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상식과 균형감을 요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어야 하는 걸까. 
#한미정상회담 #문재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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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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