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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논문에 제자 이름 빼고 '친동생' 넣은 황당한 지도교수

친오빠도 공저자 등록, 3남매 같은 논문에 이름 올려... 제자, 박사 취소 위기

등록 2021.05.26 07:30수정 2021.05.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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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A교수가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국제학술지에 보낸 메일. ⓒ 제보자


국제학술지 논문 저자 바꿔치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북대 A 교수가 제1저자로 등재된 제자의 이름을 삭제한 뒤, 새로 등재토록 한 인물이 자신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동생 또한 현재 전북대에서 기금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같은 논문엔 A 교수의 친오빠(대학 교수)도 저자로 올라 있어 '남매 3명의 가족 찬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신저자'는 본인, '제1저자'는 친동생, '공동저자'는 친오빠

25일 <오마이뉴스>는 A 교수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등재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Pattern Recognition and Artificial Intelligence의 출판 책임자에게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보낸 메일을 입수해 살펴봤다.

A 교수는 영문으로 된 이 메일에서 "나는 (제1저자로 등재된) B(제자 이름)를 삭제(remove)하고 싶고, 이 논문에 다른 저자를 넣기를 원한다"면서 "왜냐하면 그(다른 저자)가 이 논문에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A 교수는 A1씨의 이름과 약력을 소개했다.

A 교수는 같은 메일 끝 부분에서 "당신이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나는 해당 학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메일을 받은 해당 국제학술지는 A 교수의 메일을 받은 지 8일 뒤인 2014년 4월 24일 제1 저자를 B씨에서 A1씨로 바꾼 '논문 오류 정정' 글을 등재했다. B씨는 저자에서 완전히 삭제됐다. 다음은 해당 국제학술지가 사이트에 올려놓은 '논문 오류 정정' 글이다.
 
논문 오류 정정: 제1저자는 B씨가 아닌 A1씨입니다.
 
그런데 A 교수에 의해 뒤늦게 '제1저자' 자리에 뒤늦게 오른 A1씨는 A 교수의 친동생이며 현재 전북대 의대 기금교수(정형외과 의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대 연구윤리감사실에서 파악한 결과다.
 

A교수의 요청에 따라 A교수의 친동생을 '제1저자'로 수정한 국제학술지 화면 안내. ⓒ 인터넷 갈무리


원래 해당 논문은 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B씨 주도로 작성된 것으로, A 교수의 지도를 받아 2013년 8월에 해당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 하지만 A 교수가 논문 등재 8개월만에 자신의 제자였던 B씨를 제1저자에서 빼고, 자신의 친동생으로 '바꿔치기' 한 것이다. 문제의 논문 제목은 'A Novel Technique for tangerine Yield Prediction using Flower Detection Algorithm(꽃 감지 알고리즘을 이용한 귤 수확량 예측을 위한 새로운 기법)'이다. 

이 논문은 당초 제1저자 B씨, 교신저자 A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 2명이 더 있었다. 이 2명 가운데 한 명은 A 교수의 친오빠인 A2 교수(K대 교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A2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A 교수가 근무하는 전북대 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기도 했다.


저자에서 B씨가 빠지고 A1 교수가 새로 등장함에 따라 해당 논문 저자 4명 가운데 3명이 A 교수를 포함한 3남매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A2 교수에 대한 박사학위 심사를 벌이던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들이 2020년 3월쯤에 처음 발견했다. 이 교수들은 'A 교수 3남매의 연구부정' 의혹에 대해 2020년 12월 15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신고했다. 교육부의 요구를 받은 전북대는 A 교수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우선 A 교수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달 14일 기소했다.

현재 피해를 당한 B씨는 2014년에 받은 전북대 박사학위를 취소 당할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박사 학위 필수 요건이었던 자신의 2013년 SCI논문이 사라진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B씨는 몽골인 유학생이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지난해(2020년) 11월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2013년에 제가 발표한 논문과 관련하여 제1저자 변경에 대해 그 전에 A 교수님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2020년 4월에 처음 들었다"면서 "진실은 제가 2013년 발표한 논문에 저자로 있는 A1과 A2 두 사람의 어떠한 도움이나 아이디어 제공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며, 논문 작성 당시 어떠한 만남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B씨 "A교수 남매 논문 도움 전혀 없어"... A 교수 "논문 참여 증거 있어"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전체 교수 16명 가운데 14명은 이 대학 총학생회와 함께 A 교수에 대한 '즉각적인 직위해제와 교육부의 특별징계'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학 컴퓨터공학부 소속 한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A 교수는 2014년 제자의 제1저자 갈취는 물론,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친오빠와 친동생을 학생들 논문에 공동, 교신 저자로 20건 이상 등록한 의혹이 있다"면서 "이에 대해 전북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도 A 교수에 대해 중대판정을 했지만 전북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교수는 "컴퓨터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은 '전북대 총장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A 교수를 즉각 직위해제하고, 교육부는 A 교수 3남매가 교단에 설 자격이 있는지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논문작성에 참여한 B씨의 성명을 제거하는 것이 (메일의) 의도가 아니고 다만 연구에 기여한 사람(친동생)을 저자로 추가할 의도였다"면서 "B씨를 빼도록 한 것(메일을 보낸 것)은 순간적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 교수는 "뒤늦게 그 점을 깨닫고 2014년 5월 9일자로 착오이니 (바뀐 제1저자를) 게재하지 말라고 (국제학술지에) 신청했는데 이미 그 전에 정정책자가 발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가족찬스' 지적에 대해 "친오빠는 생물학 박사로서 연구과제와 관련이 있었고 친동생은 의학박사로서 그 논문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면서 "두 사람 모두 인공지능에 식견이 있어서 실제 연구와 논문 작성에 참여했다. 증거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북대 교수 #가족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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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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