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야, 고마워!
박미연
왜 그토록 오랫동안 시래기를 그냥 두었을까.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 시래기에 관심이 없었다. 김장을 할 때, 무에 달려오는 이파리는 당연히 버리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재작년 김장 때부터 옆지기가 그것을 빨래걸이에 말리기 시작했다. 다 마른 시래기는 푹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가끔 먹는 시래기국, 보들보들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시래기를 먹은 다음날 아침은 화장실에서 보는 게 다르다. 다른 날보다 두 배는 나오는 듯하다. 시래기가 배변 활동을 돕는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한 것이다. 지인이 이런 얘기를 했었다.
"가을에 김장무를 많이 심어서, 시래기를 많이 만들어봐요. 배변에 최고예요. 시래기를 먹는 날엔 똥이 얼마나 시원하게 나오던지."
그때는 귓등으로 듣고 사라진 말이 이제는 귀에 쏘옥 들어온다. 여태껏 시래기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내 몸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결과 3년 전,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100 mIU/L을 기록했다. 참고로 정상 수치는 0.5~5.5 mIU/L다. 이제는 시래기에 관심이 간다. 다른 데에 외출 나갔던 신경이 내 몸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배변을 시원하게 한 날은 몸이 얼마나 가볍던가. 마음도 발걸음도 상쾌해져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동안 나는 왜 찌뿌둥한 몸을 끌고 다녔던고. 내 몸아, 미안해! 시래기야, 미안해! 오랫동안 푸대접해서 말이야.
시래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시래기의 효능에 대해 찾아보니, 8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뼈건강, 혈관질환 예방, 변비 개선, 빈혈 개선, 항암 작용, 노화 방지, 눈건강, 피부미용... 만병 예방처럼 보인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지 않을까. 변비개선!
시래기는 섬유질의 보고라고 한다. 식이 섬유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장내 유해물질을 포획해서 체외로 내보낸다. 고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대장암도 예방한단다. 장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서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올 봄에는 옛날에 안 하던 짓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