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동 각자 바위사랑채 오른쪽 뒤편 바위에 새겨진 '삼계동' 각자다. 김흥근이 소유하던 당시 이름 '삼계동정사'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이영천
철종이 병들자, 흥근의 큰형 김홍근(金弘根)이 만만해 뵈는 흥선을 왕으로 추천한다. 안동김씨들이 펄쩍뛴다. 김좌근 집에서 비렁뱅이 노릇하던 파락호에, 적지 않은 나이도 반대명분이다. 풍양조씨가 나선다. 효명세자 빈(嬪)이자 헌종 어머니 신정왕후다. 흥선 아들 익성군을 양자로 들여 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김좌근과 김흥근이 비밀회동을 한다. "만일 흥선이 대원군임을 앞세워 국정에 간섭하고 그 위세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려 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어떤 명분으로도 그 일만은 막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흥선이 깊은 앙심을 품는다.
흥선이 흥정에 나선다. 아들이 왕이 되면, 친분이 두터운 김병학(金炳學)의 딸을 왕비로 맞아들일 것을 약속한다. 안동김씨는 권력기반이 이어질 거라 믿어 안심하게 된다. 고종이 등극하자, 흥선은 약속을 어기고 민씨를 왕비로 들여앉힌다.
그리고 어린 왕을 대신해 정치에 관여한다. 나랏일이 흥선 손아귀에 모아진다. 이에 김흥근이 나서, 조의(朝議) 석상에서 공공연하게 흥선을 비판한다. "대원군을 사가로 돌려보내 정치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