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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쓸 때마다 저금하는 딸, 그 이유가

'자체 벌금'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햇반 용기 설거지해 또 쓰고... 우리 집은 이렇게 실천한다

등록 2021.05.31 16:43수정 2021.06.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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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후 깨끗이 세척해놓은 즉석밥 용기 
회사에서 다회용 그릇으로 사용중

사용후 깨끗이 세척해놓은 즉석밥 용기 회사에서 다회용 그릇으로 사용중 ⓒ 김혜영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쓰게 됐을 때 그걸 일회로 끝내지 말고 다회용으로 거듭 사용하면 남용되는 걸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큰아이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벌금으로 저축을 한다. 테이크아웃 음료 용기 3000원, 배달음식 용기 5000원 하는 식이다. 생각보다 금액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금액이 커야 자제 효과가 더 크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늘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집에서 배달음식 주문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또한 배달음식 주문시 수저 등의 일회용품은 불필요하다고 꼭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배달 업체는 메뉴얼대로 해서인지 꼭 함께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경우 사용하지 않고 모아놓는데,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면 무료급식소 같은 곳에 전해져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얼마 전에 딸과 함께 산에 갔다 오다가 동네 커피집에 들러 커피를 마시게 됐다. 큰아이는 주문 전에 분명 매장컵 사용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코로나로 매장컵을 사용 안 하고 일회용 사용하는 곳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었는데 주인은 물론 매장컵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린 매장컵을 사용하겠다고 하고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뜨거운 커피를 주문한 나는 매장용에 아이스커피를 시킨 딸은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내주었다. 딸은 점주의 거짓말로 자신이 본의 아니게 플라스틱컵 사용을 하게 된 것이 많이 속상한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전화를 열어 3000원을 저축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뭐 할 거야?" 묻는 나에게 "내가 못하는 걸 대신해주는 환경 단체에 기부할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생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자체적으로 벌금을 모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모은 돈을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말로만 하는 환경운동이 아니라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실천하려는 마음이 기특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딸이 화가 난 것은 기부하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뜻과 달리 뜻하지 않게 실천 의지가 꺾이는 게 싫은 것이었다.

고민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 


주부인 나는 플라스틱 용기가 생길 경우 깨끗하게 세척해 남의 집에 뭘 보낼 때 주로 사용한다. 내 쪽에서 내용물에 맞는 용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쪽에서 행여 빈 그릇을 보내야 하는 것에 부담도 덜고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난번에 회사에서 갑자기 먹게 된 햇반 용기를 남편이 깨끗이 세척해 뒀길래 오늘 점심에 보온 도시락에 싸 온 밥을 둘이 나눠 먹는 밥그릇으로 사용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우리 가족은 아주 조금씩은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큰딸의 의견으로 집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치우고 필터 재사용이 가능한 정수기를 쓰게 되었고, 아빠의 잔소리로 분리수거는 더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플라스틱 병의 라벨을 제거하거나, 내용물을 비우고 속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코 버렸다가 남편의 매의 눈에 딱 걸려서 잔소리를 톡톡히 들어야 한다.

비닐 팩도 씻어서 재활용하고 시장 바구니를 늘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백날 외쳐봐야 소용 없다. 나의 작은 변화와 노력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힘이 될까 하는 건 고민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것을, 햇반 용기를 설거지하면서 다시 되새긴다.
##재활용#플라스틱#슬기로운주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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