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열 사천중앙교회 담임목사 / (전) 사천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전) 서부경남민주시민협의회 공동대표
뉴스사천
오 : "전두환 신군부가 88올림픽을 빌미로 4.13호헌조치를 강행하면서 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로, 한국사회는 군정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로 불에 달군 가마솥처럼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사천에서도 70여 개 교회로 구성된 '사천군 기독교연합회'가 한목소리를 내고자 하였으나 정치 중립을 내세운 반대에 부딪혔지요.
어쩔 수 없이 10여 명 뜻을 같이하는 목사들만 허철수 신부와 '사천군성직자협의회'를 조직했습니다. 제가 총무를 하고, 당시 사천읍교회 성태언 목사께서 회장을 맡아서 군정 종식과 직선제개헌 요구 시국기도회를 열고, 진주에서 일어나던 시위에도 동참했습니다."
진 : "1987년 6월 23일 진주강남교회에서 있었던 '군정 종식과 직선제개헌을 위한 기도회'에도 목사님이 참여했던데, 사연을 말해주십시오."
오 : "형평운동에서 봉래동 진주교회의 역할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만, 1987년 당시 진주지역의 교회들은 매우 보수적이었습니다. 진보적인 목회자들과 의식 있는 신도들 사이에서는 '사천시, 진주군'이라는 말도 돌았습니다. 어쨌든 서부경남의 중심이랄 수 있는 진주에서도 기도회를 개최하기로 했고, 교회를 물색했습니다. 그리하여 진주역 부근에 있던 진주강남교회에서 목회자 이삼백 명이 모여 시국기도회를 열게 됐습니다."
진 : "이미 고인이 되셨습니다마는, 옛 진주판문교회 전노진 목사가 생각납니다. 진주판문교회는 작은 교회였으나 문익환 목사의 한신대 동기면서도 완전히 다른 길을 갔던 고 강명찬 목사가 쥐락펴락하던 교회여서 한국기독청년회 간부를 경험한 고 전노진 목사께서 많이 힘들어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 목사님의 장인이자 부산 민주화운동의 거목, 최성묵 목사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오 : "제가 최성묵 목사님을 사천중앙교회로 초청해 군정 종식 기도회와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최 목사님의 강론과 토론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기독교 역할에 대해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그때 저는 최 목사님께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요. '이번 대통령선거에 노태우씨가 당선될 것이니 군정 종식은 어렵고 다음 선거에서 문민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이었습니다.
진 : "'군정 종식이 어렵다'는 최 목사의 말씀에 크게 반발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최 목사께서 그 당시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이유가 뭘까요?"
오 : "당시 주한 미 대사인 릴리가 부산에 와서는 최 목사님 사택에서 하룻밤 묵고 자며 그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노태우씨 다음 대통령부터 문민정부가 될 것이라는 말은 당시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저는 "목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싸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군정 종식이 아닌가요? 대다수 국민의 요구가 아닙니까?"라고 따졌습니다.
그런데 릴리의 말대로 김영삼과 김대중 양 김이 분열되고, 대선 직전 칼(KAL)기 폭파사건과 함께 김현희가 입국하더니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다음엔 '보수대연합 3당 합당'으로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