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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는 생리대 준다는데, 우리동네는 왜 안돼?

[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권력' 싫어한 31살, 구의원에 출마한 이유

등록 2021.06.09 07:31수정 2021.06.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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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정치 뉴스, 나와 상관없는 얘기 같진 않나요? 그러나 정치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구의원에 도전했던 두 청년 정치인이 '우리 동네' 정치 소식을 전합니다.[편집자말]
나는 원래 권력 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권력이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들을 봐서 그럴까, 권력이라고 하면 막연히 '무서운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며 정치 이론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누군가 내게 현실정치에 관해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또는 "관심 없어요"라고 얘기하곤 했다. 이런 내가 무려 '출마'란 것을 했다.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빈자리를 메우는 선거로 주로 알려졌지만, 송파구 '라 선거구'에서는 구의원 보궐선거가 열렸다. 나는 거기서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청년들이 만든 '스타트업 정당' 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다. 

살고 계신 곳의 기초의원 이름을 아시나요?
 
 선거유세중인 최지선 (당시) 미래당 송파구의원 후보
선거유세중인 최지선 (당시) 미래당 송파구의원 후보최지선
  
여기서 잠깐, 독자분들께 퀴즈를 내고 싶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지역구 기초의원(구의원 또는 군의원)의 이름을 아시나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러분 지역구에서 뽑힌 기초의원의 숫자는 몇 명일까요? 정답을 맞추신 분들께 상품은 드릴 수 없지만, '엄지 척'을 드리고 싶다.

나도 우연한 기회에 정당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5년 전부터 우연히 미래당에서 활동하며, 기초의회에서 의외로 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례로, 현재 서울 구로구 고등학교의 여자 화장실에는 생리대가 무상으로 지급되고 있는데, 이는 구로구의 김희서 의원(정의당)이 2019년 대표발의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 덕분이다. 또 인천 서구에서는 구청장이 지자체 기관이나 행사에서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데, 이는 정진식 구의원(민주당)이 '1회용품 사용 저감 지원 조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송파구엔 이런 조례가 없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올해 31살의 나는 잠실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잠실 인근에서 살았는데, 내가 동네의 주인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6년 동안 다닌 초등학교 바로 옆에 송파구의회가 있었는데, 평생 구의회에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다. 투표를 하긴 했는데, 내가 뽑은 구의원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건물도 집도 없는 나는 우리 동네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조례가 생긴다면?
 
 공보물에 들어간 환경 관련 공약 이미지
공보물에 들어간 환경 관련 공약 이미지최지선
 
정당 활동을 하며 비로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볼 수 있었다. 송파구에도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용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조례가 생긴다면? 구청장이 나서서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조례가 생긴다면? 또,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환경 관련된 조례가 생겨서, 탄천에 생태교육장이 생기고, 주민센터마다 '제로웨이스트샵(무포장 가게)'가 생기고, 송파구에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가 많아진다면? 청소년을 위한 심리상담이 확대되거나,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이런 것들을 이뤄낼 수 있는 '권력'이란 것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게 됐다. 구의원에 출마하고 싶어졌다.


올 1월, 내가 사는 지역구인 송파구 '라 선거구'에서 갑작스럽게 구의원 보궐선거가 결정됐다. 약 50여 일 간 선거를 준비해서 치렀다. 성적표는 '3명 중 3등, 7% (2,599표) 득표'이다. 처음엔 당선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무려 2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내가 꿈꾸는 송파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감격스러웠다.

앞으로 약 6개월간 격주로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를 주제로 글을 쓸 예정이다. 지난 선거의 경험과 앞으로 지역 정치의 비전을 나누고자 한다. 내가 쓰는 글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기초의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수의 정치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권력이 돌아갈 때 세상은 더 좋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거운동기간 벽보 앞에서 찍은 사진. 송파구 '라 선거구' 송파구의회의원 보궐선거에는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선거운동기간 벽보 앞에서 찍은 사진. 송파구 '라 선거구' 송파구의회의원 보궐선거에는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최지선
#지방선거 #구의원 #송파구 #기초의회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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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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