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관 신규식 선생.
.
신규식의 창간사 중 다음 대목은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었을 것이다.
독립과 평등을 주장한다
우리 한국은 오천 년의 위대한 문명을 지닌 나라로 독립국가의 단단한 기반을 가지고 있으니 이 점은 세상 사람들이 공인하는 바일 것이다. 시조 단군께서 처음으로 백성을 존중하는 정치로 호소하였으니 사람들은 덕치에 감화되어 독립의 정신을 우뚝 세워 강권에도 꺾이지 않았다.
중세에는 중국에 조공을 바쳤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지만 이는 단지 왕실의 전례를 나타낸 것이지 결코 우리 삼한 민족의 결집된 의견은 아니었다. 또 완전히 독립되어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았으니 구속받지 않는 우리 민족의 특징은 여기에서 보듯 더욱 분명하다.
근대에 들어 일본, 거란, 몽고 등에게 침략을 당했으나 그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이들을 물리쳤다. 영광스러운 역사를 우리는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이니 이민족으로부터 침략을 당하면 민중의 기세는 격앙되어 결코 폭력에 항복해 무릎을 꿇는 일은 없었다.
미국의 박덕(博德) 씨는 "삼한 민족은 남에게 구속받지 않는 독립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우방국 인사의 관찰이라고 하지만 또한 우리 민족이 스스로 자신하는 바이다.
더구나 오늘날 자유와 평등이 이미 한 국가의 통치 원리가 된 경우임에랴! 우리가 세계적 조류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독립된 국가의 국민이 되는 것이고 더욱이 굴레를 벗어버린! 국민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자신의 생존은 자기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를 가진 국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국가의 평등문제는 응당 완전한 독립의 문제와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무릇 독립되지 못한 상황에서의 평등이란 국민이 여전히 남의 밑에 굴복되어 있는 경우요, 불평등한 독립이라면 그 국제적 지위는 여전히 낮다. 그러므로 일본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쟁취하고 동시에 세계를 향해 평등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를 위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으니 부득불 수많은 동포의 피로써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광복의 실상을 알린다
우리는 생명을 버려 옛 땅을 되찾아야 한다. 이는 선열과 지사들에게 있어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일본은 '지방자치'와 '교육평등'이라는 사악한 명분으로 우리나라 사람과 우방국들을 속이고 있다. 이런 풍문이 퍼져나가자 몇 번이나 우리의 목숨과 맞바꾸어 이룩한 독립의 실상이 은폐되어 버리니 한마디로 슬픈 일이다. 우리 한국인의 교양 있는 행동거지나 거침없는 태도는 한국을 경험해 본 외국인들이면 모두 목격한 사실이다. 비록 흉측한 일본인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제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모든 상세한 정황을 신속한 방법으로 우방에 알려 정의가 무너지지 않고 나라가 망하지 않았으며 인도주의와 민족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세계인들이 알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잔학무도한 진상을 남김없이 폭로해야 한다.
이상의 각 항목은 본보의 중요한 요소이자 우리들이 책임져야 하는 향후의 문제들이다. 우리는 이제 감히 우방에게 고한다. '동아시아의 평화', '무력제거', '인도주의', '정의', '박애', '평등'과 같은 입으로만 떠드는 문명을 우리는 이미 귀 아프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믿음을 주도록 실행하는 것은 여러 우방국들의 최후 결심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나아가 바라는 것은 중국과 미국은 앞장서 인도주의를 견지하면서 동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만일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돕겠다는 신념으로 동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한다면 우리 한국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도 그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우방의 인사들에게 소리 높여 외친다. 천하의 흥망에는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는 법, 하물며 독립은 우리 생존 문제이니 결정적인 중요한 시기를 조금만 늦추어도 기회는 가버릴 것이다.
만일 정의가 널리 퍼져 다행히 큰 나라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이는 우리가 바라던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세계 평화와 인도주의를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이 태양은 언제 망하는가. 너와 나 같이 망하자와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철석같은 굳은 마음으로 길이 빛나도록 행동하자. 저들이 속임수로 나오면 우리는 진실로 맞서고 저들이 폭력으로 나오면 우리는 인의(仁義)로 맞선다."
저들의 군대가 비록 뛰어나다고 하나 우리는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저들의 무기가 날카롭다 하더라도 우리는 피를 뿌릴 각오가 되어 있다.
산하는 우리의 요새요 초목은 모두 우리의 무기이다. 우리가 오래 버티면 저들은 끝내 스스로 망할 것이고 모든 일을 책임진 일왕(日王)일지라도 어찌 그 자리를 영원히 차지하고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여! 국민들이여! 뙤약볕이 한창 이글대는데 언제 함께 오려는가! (주석 3)
주석
3> 앞의 책, 49~50쪽.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