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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ㆍ동지들에 대한 시문과 서한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 / 45회] 선열들에 대한 추도문과 만장을 지었다

등록 2021.06.16 18:07수정 2021.06.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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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독립기념관
 
신규식은 독립운동의 최일선에게 활동하는 동안 일가친지와 독립운동 선후배ㆍ동지들과 수시로 서한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저서 『아목루』에는 역사인물과 활동중인 애국지사와 중국지인들에 대해 기록을 남겼다. 또 선열들에 대한 추도문과 만장을 지었다. 여기서는 임의로  '향기나는' 몇 편(수)을 골라 소개한다.(제목은 한글로 고쳤음을 밝힌다)

       신채호에게 부치다

 넓디넓은 산하 그물에 걸렸는데
 황백필 흩날리며 마음 못 놓네
 강개한 마음 홀로 주먹 쥐며 천주(天柱,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기둥)를 기대하고
 종횡무진 웅필은 대공지정(大公至正, 공평무사)의 도를 잡았도다
 오늘날의 국토는 단단한 껍데기일 뿐
 창생들은 어디서 사충(沙蟲)이 되어 우는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게 잘못된 일일 터
 어찌 전도가 만 겹의 길임을 한탄하리오.

       박은식의 편지에 답하다

 이날 홀로 신강(申江, 상하이 황푸강)가 누각에 섰노라니
 강물도 구름도 아득히 흘러만 가네
 겨레를 떠나 한 마음으로 3년이 지났는데
 고통과 치욕의 한 해가 또 다시 저물었네
 말 탄 이의 굳센 마음 갈수록 장하거니
 거울 속 백발이 무슨 대수리오
 새해의 만사에 기원도 많으련만
 저마다 굳게 다진 맹세만 잊지 말자 하네.

       조소앙에게 주다

 한 조각 맑은 영혼에
 죄과일랑 나와는 무관하다
 하늘 우러러 길게 읊조리며 섰노라니
 밝은 달빛이 고요한 산에 가득하고나.


       홍명희에게 드리다

 재주가 뛰어나단 그 이름 일본에 떨쳤거니
 중원에서 악수하고 깊은 마음 보였어라
 천궁에 분명히 알리니 시조가 계시고
 해상에서 맹세하니 위인이 알아보누나
 한 세상 함께 함이 어이 뜻이 없으랴
 젊은 시절 좋은 벗으로 기약할 만 하리
 산 첩첩 물 겹겹한 이번 길 떠나거든
 그대 몸조심 하시고 깃발 날리시기를.


      노백린에게 부치다

 품은 마음 다 말하지 못했는데
 앞길은 티끌먼지로 어두워지네
 온 중국 땅 지금 복잡하게 돌아가니
 바다 너머에서는 일을 해내리라
 기쁜 마음으로 앞날을 기약했는데
 아쉬울 손, 흰 눈발만 휘날리누나
 비바람 속에 닭 우는 소리 급하니
 누구를 일깨워 호기를 만들려나.

      손병희의 회갑축하

 내 고향의 놀랍고도 걸출한 분
 평지에서 본 신선이로다
 의무는 백성이 곧 나라이며
 인내천은 그 이념이어라
 신력으로 세 번째 되는 해
 회갑을 맞으신 초여드레인데
 감금당하신 일 죄가 아니니
 그 이름 길이 빛내리라.

      안중근 의사 만사

 눈물 뿌리며 모친께 하직하고 나와
 손가락 자르며 대중에게 맹세하셨네
 평소의 뜻 이루지 못함을 통한하시고
 몸 바쳐 적 죽이길 사양치 않으셨도다
 온 세상 사람들 일시에 모두 놀랬으리니
 선생은 참다운 열사이기에 부끄럼 없도다
 평화를 유지함이여
 독립을 회복함이여!
 유언 저버리는 신세를 면치 못하더니
 결국 도적들 국통 차지했도다
 이 강산에 뼈 묻을 곳 물을 데 없으니
 뒤에 죽을 자가 어이 위령할꼬.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신규식 #신규식평전 #예관 #아목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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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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