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뷰부엌 싱크대에서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산. 창 앞에 가리는 것이 없어 바람이 씽씽 불어온다
정나리
그래서 나는 한창 더울 때엔 친정집으로 더위를 식히러 향한다. 더욱이 넉넉한 인심의 주인장은 숙소값 뿐만 아니라 식비도 받지 않는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그 곳에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머릿속 고민들이 녹아내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의 시간을 날 수 있다. 더위도 나고 기분전환까지 할 수 있는 맞춤 피서지이다.
걸쭉한 된장찌개를 조심히 떠서 입에 한 입, 밥 한 술, 나를 위해 특별히 만든 마늘쫑 무침까지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어느 세상 신선노름보다도 행복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주인장은 본인의 최애 수박을 야심차게 꺼내온다.
수박의 머리 한가운데를 턱 내리치더니 쫘악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붉은 속살을 만나게 한다. 냉장보관 돼 있던 수박까지 베어물고 배시시 웃는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엄마의 표정까지 보면 나의 여름나기는 완성된다.
조합아파트라 그 집에 들어가기까지 건설사와의 고충이 참 많았는데 입주하고 나니 이만한 집이 없다. 이런 무릉도원이 엄마에게 오기 위해 그 힘든 시절이 있었나보다. 덕분에 나는 무료로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피서지가 생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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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피서지'에선 400만원짜리 AI에어컨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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