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달팽이집 공유 부엌
전주 달팽이집
전주시 역시 사회주택의 취지에 공감하며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전주는 역량 있는 사회적경제 주체 다수가 활동하는 도시였기 때문에, 행정 지원은 전주의 주택 사업 추진에 윤활유 역할을 해냈다. '전주 달팽이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주택이 공급되며, 지역 사회주택의 선도적인 사례가 됐다.
"정주의 지속성이 생겼어요. 어느 지역으로 가도 사회주택 안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면 10년 넘게 쭉 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없었을 거예요. 입주자들의 연결로부터 오는 안정감이 컸어요. 관계에 대한 믿음, 거기서 오는 편안함, 따뜻함이 있었어요. 함께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에 믿음을 준 게 굉장히 컸죠."
비록 여섯 세대만 입주 가능한 단독주택일 뿐이지만, 전주 달팽이집에는 전주에서 장기적인 미래를 걸고 활동하는 지역의 청년 활동가 및 기획가들이 모여 있다. 특히 상가용 공간이 주택과 함께 공급되면서, 입주자들은 이 공간을 마을 사업을 위한 아지트로 쓰고 있다. 서울의 사회주택은 주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간으로만 인식되지만, 지역에서는 활동, 일자리, 마을 공간의 콘텐츠와 결합되어 또 다른 모델을 개척 중이다.
전주 달팽이집 협동조합의 정은실 이사장은 타지에서 전주로 전입한 사람이다. 전주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었지만, 달팽이집의 인연을 통해 이사장까지 맡게 되었다. 정씨는 "일 년 만에 내가 마치 여기 전주에 십 년 살았던 것처럼 관계가 연결됐다"면서 타지 출신의 부담을 극복하고 자신의 관심 및 전문 분야에서 일자리까지 구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입주자들 역시 달팽이집을 통해 정주의식을 갖고 정착하게 된 스토리가 있었다. 정씨에 따르면 "친구들 역시 처음에는 서울에 집중되는 다양한 자원을 따라 상경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서, 함께 모여 살다 보니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고, 다시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달팽이집이 있는 원도심 중심으로 거점들이 다양하게 있어요. 원도심을 사랑하고 유지해 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 예를 들면 공유 공간으로 청년들의 활동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 둥근 숲, 남부시장 안에 청년들의 창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년몰, '고물자 골목' 안에 자신들의 활동으로 공간을 유지해 가고 있는 다양한 그룹들.
이 친구들과 마을에서 함께 사는 게 무엇인지,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즐겁고 유쾌할 수 있는 일인지를 알리고 싶어요. 그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일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하고 싶어요. 그게 완산동까지 이어져서, 이 마을을 지나다니고 여기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 편안하고 따뜻한 경험으로 와닿을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싶어요."
주거 그 이상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