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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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안에서도 차별은 있다
민지 : "서울에 살다가 수도권 A 도시로 왔는데, 해당 지역 사람들 스스로 A 도시에 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A 종특'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더라.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을 향해 '아~ 진짜 A 종특이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사실 A 지역에 오기 전만 해도 잘 몰랐는데, 타 지역 친구한테도 많이 A 지역에 관한 얘길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편견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A 지역에서 출산할 계획을 세우려니 지역 분위기가 괜히 무섭게 느껴지고, 아이를 키워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경험으로는 결혼 예정인 (수도권 출신) 남자친구를 부산에 사는 친척에게 소개하면 '서울 남자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니 '자상하고 배려심 깊지만 강단있는 모습은 부족한' 이미지를 서울 남자라고 표현하나 싶었다. 그런데 서울 남자도 천차만별이지 않나. 개인마다 다른 건데 서울 남자, 부산 남자, 서울 여자에 대해 어떻게 이미지화되고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였다."
인서울 대학이 뭐길래
민지 : "얼마 전까지 동생이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서울 사람들은 지방대는 죽어도 가기 싫어했다. 차라리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을 가지.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라도 지방대는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국립대를 갈 정도여도 서울의 다른 사립대를 간다고 했다. '지방에 가면 인생이 망한다는 것인가?' 싶었다.
만약 연세대나 고려대가 지방으로 간다면 어떨까. 재밌는 상상이지 않나.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 한 전공대학이 경기 지역으로 옮긴다고 하니 학생들의 시위가 많았다. 서명 운동도 일어나고. 멀지 않은 경기도 지역으로 가는 건데 엄청 반발이 심했다. 똑같은 대학, 커트라인, 교육과정이고, 경기 지역 캠퍼스의 시설이 더 좋은데도 졸업장에 '어떤 지역'이 찍히면 취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인서울 대학이 중요하다는."
차이를 알아야 차별이 보인다
- 이 문제를 인지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아이디어가 있을까.
현정 : "어떻게 차별을 인식하게 되었는지 짚어보면 서울 사람과 교류해야 지역차별을 인지한다는 점을 알았던 것 같다. 타 지역 사람과 교류하며 (차별을) 인식했다면 반대로 서로 교류하며 좁히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개개인도 좋지만 정부, 회사 차원에서도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민지 : "차별과 차이의 기준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의도,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는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지역 감정이 나쁜 경우보다 오히려 지역 별 차이를 이야기 나누거나, 지방에 대한 인식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이후 유튜브나 도서에서도 비슷한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즉, 대중적으로 유행이 일어났다는 건 니즈가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지역에 관한 인식도 차츰 좋아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제주도 한 달 살기'나 아예 지역으로 이사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지역에 대해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처 몰랐던 차별적 상황을 인식 시키는 것보다 요즘 세대에게 유연하게 접근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너무 전투적이고(?), 강건한 자세, 마음가짐, 또는 집회처럼 꼭 '진지한' 형태일 필요는 없다."
현정 : "제주도 택시기사 분에게 제주도 사투리 대회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처럼 각 지역의 사투리나 문화를 자랑하는 대회를 하는 건 어떨까. 전국 각지에서 모여서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면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부터 차별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희망제작소의 지역차별언어 바꾸기 프로젝트 '어디 사람'은 지역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역 차별의 말을 모아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말을 찾는 프로젝트입니다. '어디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당신의 경험을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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