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로고
Youtube
비단 그 미소는 동료에게서는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들이 핸드폰이 생긴 초등학교 6학년 무렵부터 내 자리를 유튜브에게 빼앗겨버렸다. 축구 게임을 좋아하던 아들은 관련된 온갖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서 습득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대학 때 들었던 노래를 흥얼대길래 물었더니, 발라드를 듣다가 알고리즘을 통해 90년대 음악까지 섭력하게 되었단다. 아직 태어나기도 전의 노래를 익숙한 듯 읊조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아들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면 쉬는 동안 온통 조그마한 화면 속에 온 몸을 밀어 넣는다. 얼마나 깔깔대며 즐거워 보이는지 내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 뭐 그리 재밌는지 훔쳐보면 연달아 나타나는 영상의 홍수 속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아들이 한눈팔 기회도 주지 않고, 끝나자마자 다른 영상이 계속 앞으로 튀어나왔다. 앞, 뒤, 좌, 우를 차단하며 도망갈 기회를 모두 막았다. 아들의 모습은 흡사 늪에 빠진 사람 같았다.
그렇게 사람 혼을 쏙 빼가는 존재라면 나도 한번 부딪혀 보자. 이제 더는 방관자가 아닌 주체적인 모습으로 유튜브와 맞서기로 했다. 굳은 의지로 앱을 켰다. 예전에 얼핏 구독자 수가 어마어마한 커버 송을 부르는 한국인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검색하니 '제이플라'란 가수였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얼굴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비스듬히 옆모습이 보였다. 그리곤 감미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곡과는 또 다른 본인만의 독특한 해석이 매력적이었다. 머릿속 한편에서는 '정신 차려'라는 말이 들렸지만, 한없이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한 곡이 끝났고, 그 여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느새 다음 곡을 누르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Luis Fonsi의 'Despacito'였다. 눈을 감고 감성을 담아 부르는 노래는 가슴을 마구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