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기념관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대비되는 출마선언 형식에는 각 주자가 처한 정치 현실이 반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잠행을 거듭하던 윤 전 총장 입장에서 6.29 일정은 정치 입문을 선언하는 첫 행보였기 때문에 공개 기자회견 방식을 통해 자신의 출마 경위를 직접 설명하는 게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한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반면 이 지사는 대선주자로서 이미 오랫동안 노출돼온 사람이기 때문에 동영상 출마 같은 형식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은 사실상 국민의힘 경선부터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보수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계기가 필요했다"라며 "이 지사 출마가 윤 전 총장 선언과 시차를 두고 이뤄졌다는 점이나, 간단한 동영상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선 최근 당내 '경선연기' 파고를 넘은 이 지사 쪽의 여유도 느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보수 주도권 확보차 '이념' 앞세운 윤석열
코로나 비대면 '맞춤형' 출마선언한 이재명
형식만큼이나 달랐던 건 내용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자신의 보수 정체성이나 이념을 규정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자신의 구체적인 정책을 어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박성민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등 자신의 철학과 이념,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과 국가관을 주로 얘기했고, 이 지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에 치중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에 "최근 야권 일각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띄우고,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선 흔들리는 반문(반문재인) 대표성을 회복하고 보수 1등 주자로서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라며 "야권의 복잡한 대선 구도 속에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보수 정체성과 명확한 철학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이 지사에 대해선 "대선출마 '재수생'인 점을 고려하면 국정 비전, 특히 정치개혁 비전의 깊이는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당장 당내 다른 주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개헌 문제라든지, 지난번 선거법 개정 논란 때 불거진 위성정당 문제를 위한 해결책 등 큰 줄기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통령은 전체 국민의 대표여야 하는데, 이 지사가 서민과 기득권을 지나치게 갈라치는 듯한 선동적인 표현들이 우려되는 면도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는 두 주자가 공히 주장하고 있는 '공정' 담론이 앞으로 논쟁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출마선언상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모두 공정을 강조했지만, 윤 전 총장의 공정은 시장 경쟁주의에 의한, 예컨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얘기하는 능력주의에 기반을 둔 것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반면 이 지사는 역시 복지를 통해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의 공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공정과 상식으로'를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 지사는 "공정성 확보"와 함께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 복지확충에 더해 경제적기본권 보장"도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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