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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본 거야?" 후회해도 알고리즘은 관심없다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에서도 위험성 경고... 내 시간 저당 잡히지 않아야

등록 2021.07.07 16:50수정 2021.07.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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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면 남편은 늘 컴퓨터 앞에 앉는다. 저녁 시간의 루틴이랄까. 그렇게 앉아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다가는 가끔 크게 웃는 소리를 낸다.


"뭐 재밌는 거 있어?"

그 광경이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묻지만, 대답은 없다. 이어폰을 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별것도 아닌 영상이다. 재미있다고 해도 저렇게 빠져들 것은 아니다 싶어 가끔은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날은 다급하게 부른다.

"이리 좀 와 봐! 빨리!"
"뭔데?"
"이것 봐. 이런 집이  ○○정도면 살 수 있어. 시골집은 땅값만 있으니 사서 리모델링하면 괜찮을 것 같지 않아?"


늙어서도 아파트를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는 사람이지만, 전원주택을 보는 것은 남편의 또 다른 즐거움인 것 같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지역의 시세와도 견주어 비교하고, 타 지역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전원주택과도 비교해 상세히 알려준다. 잠깐만 봐도 제작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성에 보답하듯 남편은 끝까지 그 영상을 시청한다.

이 외에도 웬만한 먹방 유튜버의 이름과 얼굴, 먹는 취향까지 유명 연예인보다 더 잘 알고 있고, 막 걸음마를 뗀 아기들이 나오는 영상이나,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생활을 올리는 30대 유튜버의 영상은 물론, 특이한 기능을 가진 제품의 시연 영상도 관심 있게 시청하고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른바 유튜브 알고리즘의 의도대로 행동과 사고방식이 바뀌고 정체성도 바뀌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이렇게 다양한 채널을 시청했던 것은 아니었다. 웃긴 영상이나 전원주택, 먹방이나 제품 시연 등의 영상들이 처음부터 남편의 관심사도 아니었다. 처음엔 그 나이 대의 평범한 중년처럼 정치 시사 관련 영상들을 열심히 시청했다. 그러다 중간에 뜨는 광고도 보게 되고, 잠깐 자리를 비우다 돌아오면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이 자동 재생되고 있고 무심코 그것들을 보다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에 남편은 적극 반응하는 것 같다. 때문에 알고리즘은 자신의 추천에 더욱 힘을 얻는 상황이 된다. 더구나 시청 시간도 길다. 제공되는 영상을 대체로 끝까지 보는 남편은 알고리즘에 따라 조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유튜버로 성공하거나 파워 블로거로 자리 잡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알고리즘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기적인 영상 업로드는 물론 시청자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 시청자들의 댓글과 좋아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추천 한 번이면 역으로 침투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알아서 할 테니까.

파워 블로거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블로그 활동을 한다. 아직 블로그의 기능도 다 익히지 못했지만, 우연히 들어가 본 통계에 나온 숫자에 민감해지는 중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면 어떤 경로를 통해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궁금하다. 왜 다른 내용에는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관심을 끌 만한 주제를 잠깐 고민하기도 한다. 

유튜브에 푹 빠진 적도 있다. 2019년에 JTBC 프로그램 <슈퍼밴드>가 시작되고부터다. 음악에 관해서는 흥밖에 없지만, 그들의 연주와 음악은 나를 유튜브의 세계로 안내했다. 방송에서 연주된 곡을 몇 번씩 반복해서 들었고, 알고리즘에 의해 잇달아 소개되는 원곡의 연주도, 다른 연주자들의 커버곡과 비슷한 장르까지도 생각 없이 모두 따라 들을 정도였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이유를 따질 수도 없었고 절제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가는 길은 물론이고 집에서도 모든 영상을 섭렵했다. 언제 빠져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기까지 몇 달의 시간을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그 세계 안에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슈퍼밴드 2>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왠지 깊이 빠져들 것 같은 불길하면서도 기분 좋은 예감이 몰려오는 중이다. 이번엔 또 어떤 밴드의 어떤 음악에 빠져들게 될지 기대하고 있다.

긴장을 늦추지도 않는다. 빠져든 길에서 다른 분야로 세계를 확장하지 않는다면 중독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나를 믿어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지만, 스스로 합리화하고 바로 설득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이 때문인지 심장이 늘 뜨겁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SNS 알고리즘의 위험성에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의 화면 중 일부를 캡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에서는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다큐에서처럼 요즘 사회는 열한 살이면 대다수 아이들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알고리즘에 지배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사회는 정보화 사회의 단계에서 허위 정보의 사회로 깊숙이 들어왔으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되는지도 모르는 새에 전자기기에 중독되어 있고 언제든 가짜 정보에도 중독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세계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국가는 우리나라로 세계 1위이며 95퍼센트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의 성인 중 76퍼센트가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한다.(2019.02.11. KBS 뉴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예외는 아이다. 영유아가 스마트 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시기는 만 1세가 45퍼센트로, 영유아 중 절반이 넘는 59.3퍼센트가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육아정책연구소, 2019년 영유아의 스마트 미디어 사용 실태 및 부모 인식 분석). 유튜브 알고리즘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알고리즘 또한 영유아의 영상 내용은 물론 가족의 상황까지도 예측하고 기록되며 추천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셜 딜레마>에서, 트리스탄 해리스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는 현재의 IT 상황에 대해 세상이 미쳐가거나 우리 모두가 마법에 걸렸거나 한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IT 관계자들 누구도 덜 중독적이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소수의 개발자들이 수십억의 인구를 조종하는 양상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그들도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관계가 활발한 사람이 아니어도 하루에 5, 6개 정도 지인들로부터 영상 추천을 받는다. 정말 유용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것들을 클릭하는 순간 내 알고리즘에는 그것들과 관련된 것들이 또 따라붙는다. 각각 다른 장르의 추천을 받았다면 5, 6개의 문어발이 확장되는 셈이 된다.

공짜처럼 보이는 그 영상들은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고 영화에서는 말한다. 광고주들이 돈을 낸다고 한다. 왜?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바로 우리가 상품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이 상품으로 팔리고, 우리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알고리즘은 총동원되는 것이다.
 
개인의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상품인 것입니다. (영화 <소셜 딜레마> 중)

나의 경우에는 정말 엄격하게 필요한 영상만 찾아 그것만 보려고 노력한다. 목적을 달성하면 다른 영상을 보지 않고 바로 화면을 닫는다. 필요한 것을 바로 찾지 못한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내 피드에 따라붙는 수많은 영상 목록을 차례로 클릭하고 진득하게 하나하나 살핀다. 이렇게 해서 한두 개 정도 살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만, 잠깐 정신을 놓으면 영상의 바닷속으로 무한정 빠져들게 된다.

이런 날은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영상만으로 하루가 흐르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의 후회에 알고리즘은 관심이 없다. 오늘도 멜론을 여니 내가 좋아할, 나를 위한 선곡이 뜬다. 유튜브를 여니 내가 호감을 가진 프로그램과 영상들이 줄을 잇는다. 한두 번 검색했던 정리수납과 관련된 영상도 따라붙는다. 알고리즘의 예리함에 섬뜩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의 시간을 유튜브에 발목 잡힐 수는 없다. 뒤도 안 보고 빠져 나온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게 할까?
인생의 몇 퍼센트나 우리에게 바치게 할까?(영화 <소셜 딜레마> 중)
#유튜브 알고리즘 #스마트폰 알고리즘 #중독 #소셜미디어 #소셜 디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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