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수운 최제우로부터 도통을 물려받아 동학을 민중 속으로 더 넓게 전포한 해월 최시형 선생 (이 사진은 해월 선생이 처형 당하기 직전 찍은 사진에, 1900년에 몸통 부분을 편집하여 제작한 사진이다)
박길수
하늘ㆍ사람ㆍ자연 섬기기를 똑같이 하라는 '3경설'은 그가 1872년 1월 5일 소백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49일간의 기도를 마치고 「대인접물(對人接物)」이라는 제목의 법설에서 시작되었다. 한 해전 이필재의 '영해항쟁'으로 다시 관의 집중적인 추적을 받고 있던 때이다.
주요 대목을 살펴본다. 먼저 한울을 섬기라는 '양천주(養天主)의 법설이다.
한울을 양(養)할 줄 아는 자리야 한울을 모실 줄 아나니라. 한울이 내 마음 속에 있음이 마치 종자의 생명이 종자 속에 있음과 같으니, 종자를 땅에 심어 그 생명을 양하는 것과 같이 사람의 마음은 도에 의하여 한울을 양하게 되는 것이라. 같은 사람으로도 한울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이는 종자를 물속에 던져 그 생명을 멸망케 함과 같아서, 그러한 사람에게는 종신토록 한울을 모르고 살 수 있나니, 오직 한울을 양한 자에게 한울이 있고 양치않는 자에게는 한울이 없나니, 보지 않느냐, 종자를 심지 않은 자 누가 곡식을 얻는다고 하더냐. (주석 3)
최시형이 말하는 한울(하늘)은 초월적인 대상이 아니라 내재적인, 자신의 심중에 모시는 신령의 종자(種子)를 말한다.
"내 혈귀(血鬼)가 아니거니 어찌 시비의 마음이 없으리오마는 만일 혈기를 내어 추궁하면 천심은 상케 할까 두려워하여 내 이를 하지 않노라."
"내 또한 오장이 있거니 어찌 물욕을 모르리오마는 그러나 내 이를 하지 않는 것은 한울을 양하지 못할까 두려워함이니라."
"내 이제 제군의 행위를 본즉 자존하는 자 많으니 가탄할 일이로다. 내 또한 세상 사람이거니 어찌 이런 마음이 없겠느냐마는 내 이를 하지 않음은 한울을 양하지 못할까 두려워함이니라." (주석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