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의 숲길 사거리 갈림길출발점에서 2.4킬로 지난 지점에 사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한라생태숲으로 갈 수도 있다.
황의봉
한라생태숲은 꽃나무들이 많고,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원 분위기의 생태 숲이다. 게다가 이 절물휴양림으로 통하는 길이 나 있어 한번 나들이로 두 군데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시간 여유가 있고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한라생태숲에서 다양한 꽃나무들을 둘러보고, 장생의 숲으로 건너가 울창한 나무를 바라보며 숲길을 걷는 최고의 힐링 코스라 할 수 있다.
오늘의 목적은 장생의 숲길 걷기니 한라생태숲 쪽으로는 미련을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숲속길로 들어섰다. 이 숲길에는 500미터마다 이정표가 나타나 지나온 거리와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코스가 제법 길어 지치고 피곤해질 만하면 이정표가 나와 반갑다.
장생의 숲길은 지나온 길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울창한 삼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단조롭다고 느낄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워낙 압도적인 높이의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으니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배가 출출해지면서 피로도 약간 느껴진다. 바로 이때쯤 장생의 숲길 최고의 휴식처인 연리목(連理木) 쉼터가 나타난다. 연리지(連理枝)는 두 나무의 가지와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인데, 이 연리지를 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는 연리목은 나무 밑동에서부터 두 나무가 하나가 된 것이다. 산벚나무와 고로쇠나무가 서로에게 다가가 하나가 된 이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상념이 머릿속을 맴돈다. 갖가지 이유로 갈등하고, 싸우고, 전쟁하고, 죽이고 하는 데 이골이 난 호모 사피엔스 종이 이 나무들의 아름다운 결합을 보고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