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 곁에 있는 사람' 조유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인에게는 암 투병 중에 발간해서 더 의미있고 소중한 시집이다. 암 투병 전에 쓴 10년의 시를 모은 건데 살면서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인생의 문학적 성찰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노준희
아껴둔 봄을 꺼내듯 따스한 깨달음이 가득한 시집
이번 시집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수록된 60여 편의 시는 10년간 조유정 시인이 체감한 문학적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암 투병 전에 쓴 시라지만, 그는 겪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시에 투영했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윤성희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에 〈12월의 노래〉가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 이 시가 품고 있는 생의 인식을 잠시 펼쳐 보는 일은 보편적 인간 한계로서의 실존적 조건을 인식하고 나아가 자기 존재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심화하는 일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절망의 끝에 내일을 준비하듯
시작과 끝이 나란히 서 있다
인간의 시간과 신의 시간을 이어주는 시점
과거는 인간의 몸에 새겨져 있지만
오지 않은 시간은 신의 몫이다
사는 것 살아내야 하는 것이
신에 대한 의무이듯
고난의 바다를 헤엄쳐 도달한 오늘
다시 시간의 정점을 찾아 떠나는
쓸쓸해서 아름다운 12월이다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는 것
잊고 싶은 날이 있는 것
아득하다 몸으로 지나간 것들
미로 속에 숨겨둔 신의 영역
내일이여 달려오소서
― 〈12월의 노래〉 전문
그러면서 윤 평론가는 "12월은 경계의 시간이다. '시작과 끝이 나란히 서 있'는 시간, 지나온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마주 서 있는 경계의 시간이다. 시인에게 12월에 이르는 시간은 '고난의 바다를 헤엄쳐 도달한' 시간이고, '잊고 싶은 날'의 시간이다. 누구나 살아봐서 알겠지만, 우리에게 그렇지 않은 지나온 시간이 있었던가. 그런 점에서 12월에 이르는 시간은 오르막의 고단하고 팍팍한 한 사람의 생애일 것이다. 우리는 그 생애를 받아들여야 한다. 시인도 그러할 것"이라고 평론했다.
조유정 시인은 "12월은 신 앞에 겸손해지는 계절이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정서를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1년을 잘 살아왔는지, 기대하는 마음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고 시를 쓰게 된 배경을 말했다.
이정우 충남문협 회장도 "조유정 시인은 2015년 2월, 천안문인협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글 판 가꾸기의 선봉에 섰다. 그는 그동안 관념적이었던 협회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는 일을 시작했고 역동적인 협회 이미지를 만들어야 문학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지론을 실천했다. 천안문협 40년사에 길이 빛날 40주년 기념식과 「천안문학」 60호 발간 헌정식, 문학세미나, 운초문학상 시상식, 양성평등 문학작품 공모와 시민 애송시 낭송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문학행사를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은 "속이 야무진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그의 맵고 예리한 통찰력은 4년 동안 천안문단 대표자 역할을 충실히 했고, 다양한 장르의 문학동인을 이끌게 했으며, 천안문단 최초로 문학상을 제정하는 저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