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 무슬림의 성지순례, 하즈

[마초의 잡설 2.0] 무슬림의 성지순례, 하즈

등록 2021.07.16 11:33수정 2021.07.16 11:33
0
원고료로 응원
아브라함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바하이교(모든 인간과 종교는 같이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종교)의 존경받는 성인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이슬람교에서는 아브라함의 배다른 아들 이스마일이 죽음의 위기는 겪은 뒤 예언자가 된다.

이슬람 신화에는 이스마일과 그의 어머니 하갈(아브라함의 둘째 아내이자 첫째 아내 사라의 몸종)이 등장한다. 신은 아브라함은 믿음을 시험하려 하갈과 어린 이스마일을 메카의 사파와 마롸 언덕 사이 거친 사막으로 내보내라 명한다. 사막에서 이스마일이 갈증을 호소하자 하갈은 물을 찾으러 두 언덕 사이를 일곱 번 미친 듯이 헤맨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두 사람 앞에 샘물이 솟구치는 잠잠 우물이 나타났다. 신화는 어린 이스마일이 발로 흙을 문지르자 우물이 나타났다, 천사 가브리엘이 그의 날개로 흙을 날려 우물을 보여줬다 등 세월이 가며 몇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신의 믿음을 얻은 아브라함은 아내와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다.
 

이슬람 성지 메카 전경 ⓒ Accor

 
후에 아브라함과 이스마일은 무슬림이 메카에서 유일신에게 기도하는 장소에 벽면과 네 기둥, 지붕으로 된 사각형 검은색 건물 카바(아랍어로 정육면체)를 세운다. 카바가 완공되자 아브라함은 신의 뜻대로 무슬림들의 하즈 장소라 선언한다. 신의 공간인 카바는 모든 무슬림들의 통합의 상징이자 기도하는 방향이 된다.    

아브라함은 카바를 건축하며 동쪽 모서리 아래 천사 가브리엘이 준 검은 돌을 놨다. 카바 근처에 두 발자국 형태가 있는 다른 네모난 돌이 박혀 있다. 이 돌이 카바를 건축할 때 아브라함이 서서 바라보던 곳이라고 한다. 돌 위에는 화려한 금색 유리와 철제가 양각돼 있다.

수백 년간, 지역 토박이 이교도들이 카바 내부를 그들의 우상으로 장식했다. 당시 후발(달의 신)이 가장 센 우상이었다. 예언자 모하메드(PBUH)는 카라이쉬 부족 출신이다. 그 부족은 카바 내부를 출입할 수 있어 우상을 숭배하던 이들에게 입장료도 받고, 물건도 팔아 부를 축적했다.

모하메드가 유일신의 첫 번째 계시를 이교도들에게 설교하자, 카라이쉬 부족은 모하메드와 그의 추종자들을 마을 밖으로 내쫓는다. 10년 후, 모하메드와 추종자들이 돌아와 카라이쉬 부족을 내쫓는다. 메카를 장악한 그는 카바에서 후발 등 수백 개의 이교도 우상들을 꺼내 때려 부쉈다. 그리고, 카바를 다시 유일신 제단으로 봉헌한다.
 

하즈 순례자 부부가 이흐람(흰 남녀 순례자 의복)를 입고 미나, 텐트 도시에 서 있다. ⓒ Haji Jeff Nor Jetty

 
하지 제프 노르 제티(Haji Jeff Nor Jetty)는 하즈에 참가해 감격했다. "아쌀라무 알라이쿰 와 라흐마투라히 와 바라쿠투(가장 귀하고 가장 자비로운 신의 이름으로)!"

하즈(Hajj)는 아랍어로 이슬람의 근본적인 의무 중 하나인 신을 향한 섬김과 믿음을 인생에 한 번 표현하는 무슬림 성지순례 의식이다. 신앙고백, 기도, 기부, 라마단 금식과 함께 이슬람 5계명 의무 중 하나다.  


지난해에 코로나 팬더믹으로 제한된 인원수만 사우디 메카의 하즈에 참가할 수 있었다. 격리가 끝난 순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이동했다. 매년 서로 어깨를 부딪칠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수백만 명의 순례객들도 20명 이내 소그룹으로 이동하며 엄격히 거리두기를 했다.

순례자들은 첫날 하즈를 시작할 때와 마지막 날 끝낼 때, 카바 주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곱 번 도는 타와프를 한다. 일곱이란 숫자는 기독교와 유대교에서 의미 있는 숫자로 모든 것의 기본이다.  

금·은 명주실로 수놓아 두껍게 짠 거대한 검정 비단 천 위에 꾸란의 구절을 금박 아랍어 서체로 새긴 카쇠로 카바를 덮는다. 키솨는 매년 하즈 두 번째 날에 새것으로 갈아준다.
 

순례자들은 첫날 하즈를 시작할 때와 마지막 날 끝낼 때, 카바 주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곱 번 도는 타와프를 한다. ⓒ Accor

 
자마랏은 큰 세 석벽을 향해 조약돌을 던지는 의식이다. 아브라함에게 신을 따르지 말라고 유혹한 악마에게 돌을 던지고, 아브라함이 아들 대신 도축한 양을 기리기 위해 가축을 도살한다. 도축한 고기는 이웃 나라의 가난하고 어려운 무슬림들에게 보낸다. 요즘엔, 순례자들도 온라인 상품권으로 도축한 고기를 산다.

사이는 순례자들이 메카 사파와 마롸 언덕 사이를 일곱 번 걸으며 하갈의 고통을 새기는 것이다. 현재, 두 언덕은 출입금지다. 그러나, 언덕 사이에 에어컨이 설치된 좁지만 길고 아름다운 대리석 바닥의 실내 통로를 걸을 수 있고, 잠잠 우물의 물도 맛볼 수 있다. 순례자들은 모하메드가 마지막으로 설교한 아라파트 산에서 명상과 기도한다.

남자는 재봉하지 않은 흰 천 두 개로 하나는 허리, 하나는 상체를 감싸고 슬리퍼를 신는다. 빈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가 신 앞에 평등하다는 뜻이다. 여자는 흰 히잡과 드레스를 입는다. 얼굴과 손은 노출하고, 화장과 향수는 삼간다. 순례 기간 만큼은 남녀가 같이 자유롭다.

45세 이상 여성은 마흐람(남편, 가족 형제, 아들, 친인척 남자) 없이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45세 이하는 마흐람과 동반 입국해 항상 동행해야만 한다. 미성년자는 성인과 함께 참가할 수 있다.

라야드 국제공항부터 메카로 가는 도로와 부대시설 등 사우디 정부는 하지를 준비하며 막대한 돈을 쏟는다. 메카와 아라파트 산 사이에 있는 미나는 2백여만 명의 순례자들이 동시에 묵을 수 있어 일명 텐트 도시라고 불린다. 한산하고 간간이 가축만 보이던 벌판이 일주일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신한다.

하즈 일주일 동안, 에어컨이 설치된 방화, 방수소재 텐트 16만여 동을 설치한다. 한 동에 보통 30~50명 숙박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고, 또 남녀, 나라별로 구역을 나눴다.
 

한산하고 간간이 가축만 보이던 벌판이 일주일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신한다. ⓒ Ummidi

 
하즈 비용은 일 인당 약 500만~2500만 원가량까지 비행거리, 옵션 등에 따라 다양하다. 이슬람국가는 종교청 신하 하즈 전문 여행사를 통해 서류를 제출하고 비자를 받으면, 정부에서 비용의 절반을 보조해 준다. 개종한 무슬림은 서류와 자국 이맘의 추천서가 첨부된다. 이맘은 세밀한 질문과 공증 서류 등을 통해 무슬림 개종 여부를 가린다.

올해도 순례자들은 집과 호텔 등에서 자기격리 후,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핸드폰과 연계한 팔찌를 차고 이동 시 동선을 확인한다. 역시 혼자 호텔 방에서 도시락을 먹고 거리두기를 하며 기도드린다. 그들은 하즈를 마치고도 또 1주일간 격리해야 한다.

사우디 정부는 방수기능과 은 나노 기술로 박테리아를 살균한 이흐람(흰 남녀 순례자 의복)과 기도용 깔개, 우산, 수건, 비누, 손세정제와 기타 생필품도 공급한다. 사우디 정부 최초로 체온 스캐너와 전자 신분증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확진자와 사망률 0을 목표로 한다.

지난 1990, 1994, 1998, 2003, 2004, 2006년에도 수백 여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2015년 2400여 명이 뒤엉키며 죽는 참사까지 있었다. 평균 하루 1000여 명이 열사병 등으로 입원 치료받았다. 그래서, 25개 종합병원에 5000여 병상, 140개 검진 시설에 2만여 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순례자들은 모두 무료다. 또, 수만 명의 경비인력과 자원봉사자가 대기한다.  

하즈는 예언자 모하메드가 태어난 성스러운 도시 메카를 매년 5~6일간 순례하는 의식이다. 특히 순례기간 순례자들과 전 세계 무슬림들은 이드 알-아다(희생의 축제)를 기린다. 이드 알-피뜨르(라마단 마지막 날)와 함께 가장 중요한 무슬림 축제 중 하나다.

움라(Umrah)는 아랍어로 '사람이 많은 곳을 방문한다'라는 뜻으로, 모하메드가 그의 추종자 2천여명과 함께 3일간 순례한 게 유래다. 하즈보다 일수가 짧고 년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순례 행사로 매년 총 12억 달러(하즈 8억 달러+움라 4억 달러)을 벌어들이고 있고, 석유 수익을 뺀 GDP의 3% 정도다. 사우디는 발생한 수익을 예멘, 시리아 등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변국에 골고루 나눠준다.

올해 메카는 이달만 하즈 행사로 개방하고, 움라는 취소했다. 외국 언론사 입국도 취소다. 대신 사우디 정부는 그랜드 모스크(Masjid al-Haram)에서 제한된 인원의 순례자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카바 주위를 도는 타와프를 작년처럼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기독교도와 유대교인도 아브라함을 믿지만 하즈는 참가 못 한다. 사우디 정부는 비무슬림의 메카 방문도 금지한다. 아주 가끔 비무슬림이 메카 잠입을 시도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합법적 허가도 불가능하다. 무단으로 잠입했다가 체포되면 중벌을 받고 추방된다.

하즈는 무슬림들에게 평등과 동질감을 주지만, 물질 만능의 민낯도 드러낸다. 하즈 기간에 이집트, 레바논, 모로코 등지에서 자가용 비행기 수백 대가 들락인다. 평등하다는 종교에도 격차가 있다. 정치인, 연예인, 사업가 등은 자쿠지 욕조, 비데 화장실, 대리석 바닥, 전용 주방장, 개인 비서, 고급차량 등이 포함된 우리 돈 약 2억 원짜리 고급 텐트에서 숙박한다. 메카에서는 그랜드 모스크가 내려다보이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위성채널을 통해 최고 성직자의 율법을 시청하며, 고급 음식을 먹는다. 

완고한 사우디 정부도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슬람 정신에 위배된다며 고급 텐트 옵션을 폐지했다. 모스크가 있는 메디나 나바위 광장은 무슬림만 허용된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 정부는 메다나 행 고속도로 '무슬림 전용' '비무슬림 전용' 이정표를 철거해 사우디 신세대의 박수를 받았다.
 

사우디 정부는 메다나 행 고속도로 [무슬림 전용], [비무슬림 전용] 이정표를 철거해 사우디 신세대의 박수를 받았다. ⓒ ???? ???????

 
사우디 하즈부 장관은 올해 하즈에 백신 접종을 마친 자국민 6만 명에게만 허용할 계획이다. 이번 순례자들은 코로나 덕에 온라인을 통해 처음 하즈를 신청해 뽑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한 20~50대 사우디아라비아 거주민들로 한정했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나라별로 참가인원을 할당해 줬다. 2019년엔 전 세계에서 약 250만 명이 찾아왔었다.

무슬림은 누구나 하즈에 참가할 수 있다지만, 일반 무슬림들은 할당 인원에서, 자국 종교부 심사에서, 순례 비용에서 잘려 결국엔 매년 내년을 기약해왔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이젠 언제 하즈 신청서를 구경할지 기약도 없다. 그 동안 솔직히 정부관료, 부유한 중상층 이상만의 하즈와 움라였다.

하즈를 마친 순례자 남성은 '하지(Haji)', 여성은 '하자(Hajjah)'란 경칭을 이름 앞에 붙이고, 명함, 공공서류에도 표기된다. 미군은 중동전쟁에서 "수상한 하지 3명 접근" 등, 현지 남성들을 통틀어 '하지'라 불렀고, 현지인들은 경멸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미군은 오해라며 현지 남성을 존경하는 의미로 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는 일 년에 한번 이슬람력 성스러운 마지막 12번째 달 의식이다. 이슬람력은 그레고리력보다 11일이 적어 해마다 날짜가 뒤로 밀린다. 그래서, 올 이슬람력 줄히자 1442년 하지는 7월 17일에 시작해 22일에 끝난다.
#조마초 #마초의 잡설 #이슬람 #하즈 #MACHO CH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2. 2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3. 3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4. 4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5. 5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