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날아다니는 자연친화적인 식당에서 먹었던 하와이안 피자
이현우
두 번째로 먹은 하와이안 피자는 하와이 공항에서 먹었던 피자다. 햄버거와 피자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었는데 참새와 비슷한 조그마한 새들이 음식점 내부에서 사람들 사이로 날아다녔다. 새들은 땅에 떨어진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음식을 먹었다.
참 진기한 풍경이었다. 우연찮게 이때의 피자 맛도 기억나지 않는다. 새들이 날아다녔던 음식점의 풍경만 기억에 남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하와이에서의 두 번째 피자 맛을 보며 생각했다. '한국형 하와이안 피자가 찐이구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하와이안 피자를 자주 먹었다. 신혼여행 당시에도 채식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였고 하와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채식을 막 시작했기 때문이다. 치즈를 뺀 하와이안 피자는 채식인에게 아주 완벽한 요리였다(사실 내게는 파인애플만 올라가면 다 하와이안 피자다).
요즘에 비건 피자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꽤 늘어나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피자가 먹고 싶어지면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다.
요리라고 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오븐만 있으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비건 피자 레시피를 소개한다. 필수 준비물은 비건 토르티야(혹은 피자 도우), 파인애플, 비건 마요네즈, 토마토 페이스트 그리고 각종 채소다.
1. 토르티야 위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고르게 발라준다. 덕지덕지 바르면 짜기 때문에 고르게 펴 발라야 한다.
2. 비건 소이 마요나 비건 갈릭 마요 듬성듬성 뿌려준다.
3. 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와 모양으로 썰어 기름에 살짝 볶아준다.
4. 볶은 버섯, 양파, 감자, 당근을 토마토 페이스트 위에 올려놓는다. 피망과 파인애플은 볶지 않고 생으로 올려놓는다.
5. 오븐에 넣어 200℃ 온도로 10분~15분 간 데워준다.
조금 어설프지만 하와이안 셔츠가 떠오르는 알록달록한 피자가 완성되었다. 토르티야의 쫀득함과 파프리카와 양파의 아삭함을 비롯한 각종 채소의 다양한 식감, 소이마요의 고소함, 케첩과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함이 잘 어우러진다.
'피자와 파인애플'을 상상도 못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인애플만 빼고서 만들면 된다(하지만 파인애플을 빼면 피자는 '하와이안'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