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충원과 호국원의 안장 자격엔 일정한 차이가 있다.
김영호
이러한 기준으로 앞서 등장한 사례 중 A는 순직군인으로 현충원 안장대상이었고, B는 경찰관 근무와는 상관없이 월남전 참전용사의 자격으로 호국원에 묻힐 자격이 되었던 것이다.
정리한다면 현충원의 안장 대상은 그 출발이 국군 묘지였던 만큼 전투 중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한 군인 또는 경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며 국가 주요 인사, 순국선열, 애국지사, 국가 사회 공헌자, 의사상자 등으로 확대되어 대상은 다양한 반면에 안장 자격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다.
호국원은 주로 군인과 경찰에 복무하였던 사람들이 안장되므로 대상은 제한적인 반면 안장 자격은 전사나 부상이 아니더라도, 또는 특별한 전공 등이 없더라도 10년 이상 장기 복무한 경우라면 가능하기 때문에 자격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충원 안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 호국원에 묻힐 것을 원한다면 가능하지만, 호국원 안장 자격이 있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힐 수는 없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립묘지는 서울과 대전 두 곳의 현충원과 이천, 괴산, 임실, 영천, 산청 등 다섯 곳의 호국원 외에도 세 곳의 민주묘지들과 신암선열공원이 있다. 민주묘지들은 창원의 3.15, 서울의 4.19, 광주의 5.18이라는 민주묘지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각각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분들이 안장 대상이다. 대구의 신암선열공원은 독립 유공자들이 안장된 곳이다.
현충원-호국원 둘러싼 격차 논쟁

▲ 대전현충원 내에 있는 호국분수탑 전경. 뒤로 현충탑이 보인다.
우희철
그렇다면 어느 곳에 안장할지는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유족이나 본인이 결정한다. 전사나 공무 중 사망하는 경우는 물론 안장 자격을 갖춘 분들이 돌아가시면 유족들이 연고지나 또는 유족들이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곳 등을 고려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병적 기록, 신원 조회 절차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범법 사실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거의 하루 만에 승인이 이루어져 무리 없이 장례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면 유족들이 당황하여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갖추고도 장례 절차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승인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장례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7월부터는 생전에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생전 안장심의제도'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본인, 즉 안장 대상 당사자도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현충(顯忠)은 '충렬을 높이 드러냄, 또는 그 충렬'이며, 호국(護國)은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고 지킴'이다. 따라서 국립묘지는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충렬을 높이 드러낸 분들에 대한 예우이자 보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충원과 호국원으로 굳이 격을 나누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까지 호국원에 묻힌 장성은 한 명도 없다. 채명신 장군처럼 스스로 장군 묘역을 마다하고 사병 묘역을 택한 경우는 있지만 현충원을 마다하고 호국원에 묻힌 장성은 없다.
▲ 지난 7월 8일 제주호국원 준비개원단이 괴산호국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국립괴산호국원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이 상하관계나 격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현충원과 호국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생전의 계급에 따라 묻히는 곳도 차별을 둔다면 진정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대전현충원의 장군 묘역이 만장되어 장성들도 별도의 묘역 구분 없이 사병들과 똑같은 1평(3.3㎡) 크기의 묘에 안장되고 있다. 차제에 서열처럼 느껴지는 현충원과 호국원이라는 구분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논의가 필요하다.
영어로는 현충원이나 호국원 모두 'National Cemetery'이고 앞에 지역 명칭만 달리하여 구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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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병묘역에 묻힌 장군은 있어도 호국원 가는 장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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