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로 유명한 고삼호수의 풍경안성 북쪽에 자리한 고삼호수는 영화 <섬>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특히 낚시 하는 사람이 많이 찾기로 유명해 낚시배의 풍경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운민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들었던, 은하수 같은 마을
고삼호수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 안성 여행의 종착지인 미리내 성지로 이동한다. 용인으로 들어가기 직전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다 보면 미산 저수지를 지나게 되고 그 길 끝에 거대한 규모의 미리내 성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라 할 수 있는 김대건 신부와 페레올 주교를 비롯해 수많은 순교자들이 묻혀 있는 유서 깊은 성지다.
잠깐, 여기가 왜 미리내라고 붙여지게 되었는지 잠깐 짚고 넘어가자. 신유(1801), 기해(1839) 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이 마을에 숨어들어왔고, 옹기를 굽고 화전을 일구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래서 밤이면 달빛 아래 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여 미리내(은하수의 우리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천주교에서 남다른 위상을 자랑하는 성지인 만큼 규모가 정말 대단하다. 미리내의 중심 구역으로 가려면 주차장에서 30여 분을 걸어야 하고, 볼거리가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결심을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우선 입구에서 오른편 언덕을 조금 올라가 보면 적당한 크기, 아늑해 보이는 오래된 성당이 눈에 띈다. 이 지역의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한 강도영 신부가 1907년 돌로 쌓아서 만든 미리내 성 요셉 성당이다. 이 성당의 제대에는 김대건 신부의 아래턱뼈가 보관되어 있다. 유럽의 성당에 가면 성인의 일부 유해를 보관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한국에서 직접 보게 될 줄 몰랐다.
천주교 발전을 위한 김대건 신부의 의무는 죽어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한참을 길을 따라 들어간 끝에 거대한 규모의 성당을 발견했다. 그 장소가 바로 103위 순교 성인 시성을 기념하고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현양하기 위해 1991년에 지어진 '한국 순교자 기념 성전'이라고 하는 곳이다.
막다른 산속에 이런 거대한 규모의 성당이 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그 건물 지하에 들어가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문당하거나 순교당하는 장면이 마네킹으로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화살촉을 이용해 귀를 뚫어버리는 장면, 몽둥이로 무릎을 으깨는 고문, 군문효수에 이르기까지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해 놓았다.

▲미리내 성전 지하에 설치된 고문장면을 묘사한 마네킹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미리내 성지의 성전 지하로 가면 각종 잔혹한 고문장면들을 묘사한 마네킹들이 있다. 참혹한 고문속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그들의 믿음을 지켜냈다.
운민
그 당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순교했다. 봉건 질서에서 차별을 받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고수한 것이다. 부디 내세에서라도 행복하길 기원한다.
성전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엔 김대건 신부의 상이 서 있다. 과연 천주교에서 미리내가 가진 위상답게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성전의 제대에는 김대건 신부의 종아리뼈가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 직접 확인을 하지 못했다.
이제 대성전 뒤편으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1평 규모의 조그마한 경당이 보인다. 바로 그 앞에는 김대건 신부와 그에게 사제서품을 주신 페레올 주교의 묘 그리고 강도영 신부의 묘가 안장되어 있다.
▲김대건 신부가 안장된 경당 전경미리내 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안장된 경당이 자리 잡고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정갈한 분위기로 인해 천주교에서 그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운민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 가톨릭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25년의 짧은 일생을 보냈지만 난관을 뚫고 마카오로 가서 신부로 임명되었고, 그를 신문한 조선의 관리들도 5개의 국어에 능통한 그의 능력이 아까워 적극 배교를 권했다고 한다.
용산에 있는 새남터 형장에서 순교한 그의 시신은 누구도 가져가지 못하게 군졸들이 엄히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17세의 소년 이민식이 몰래 시신을 빼내어 지금에 자리에 무사히 안장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8화에 걸쳐서 안성의 많은 장소들을 함께 둘러보았다. 안성 자체가 경주, 전주처럼 이름난 역사 도시가 아니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경기도에서 이만큼 도시의 정체성이 잘 보존되어있는 케이스는 드물지 않나 싶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안성이 알려지길 기대하며 경기 별곡 안성 편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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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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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산속에 있는 거대한 성당... 사연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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