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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와 귓불 만진 성추행 신고했더니... KPGA 부당 징계"

KPGA 임원 상습적인 성추행 언론에 알리자 담당자 정직... 8월 파업 예고

등록 2021.07.21 17:23수정 2021.07.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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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성추행 피해자이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직원이기도 한 임아무개씨(모자이크)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언론 보도에 부실 대응 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그동안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너무나도 큰 자괴감이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유성호

 
"협회는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언론대응이 부실했다'며 대기발령 두 달 조치를 내렸다. 이후엔 각종 이유를 붙여 정직 3개월 징계를 추가로 내렸다. 그동안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너무나도 큰 자괴감에 들더라."

동성 성추행 피해자이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직원이기도 한 임아무개씨가 21일 <오마이뉴스>를 만나 눈시울을 붉히며 한 말이다. 그는 "대기발령 당시 협회는 비품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지만 동료직원들의 '힘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면서 "현재는 부당징계에 맞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KPGA 소속 미디어팀 담당이었던 임씨는 지난 5월 26일 협회로부터 '언론 부실대응 및 보고부재'를 사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당했다. 지난 16일에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KPGA가 밝힌 징계 사유는 상사 기망 및 보고지연, 업무과실, 인사명령 외부유출 등이다. 

앞서 4월 임씨를 포함해 KPGA 소속 10여 명의 직원들은 "남성 간부 A씨가 수년 동안 사무실 및 화장실 등에서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귓불을 어루만지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해당 사건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연맹 KPGA지회는 관련 내용을 언론에 알렸고, KPGA는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이자 미디어팀 담당이었던 임씨에 대해 '언론 부실대응' 등의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때문에 KPGA지회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직장 내 성추행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등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로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시점은 8월이다. 

'남자끼리 엉덩이 좀 툭툭 친 것, 왜 언론에 알렸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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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지회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언론 보도에 부실 대응 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린 경영진을 규탄하며 KPGA 협회 회장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노조, 경영진 향해 ‘소시오패스’라고 말한 이유 ⓒ 유성호


KPGA지회는 기자회견에서 "KPGA 지회는 가해자 A씨의 갑질행위와 부조리, 비위행위 등을 공론화하기 위해 결성됐다"면서 "지회 결성 후 A씨에 대한 문제를 경영진에 알렸으나 돌아온 것은 가해자에 대한 비호와 피해자에 대한 압박과 징계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안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한 KPGA 임원이 '남자끼리 그냥 엉덩이 좀 툭툭 치고, 귀 좀 만진 걸로 이해해 주면 되는 걸 자꾸 언론에 내보내 협회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다'라는 말을 하며 2차 가해를 저질렀다"라고 주장했다. 

KPGA지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인 A씨는 협회 내에서 조직경영 및 재무책임자인 동시에 성희롱 및 성추행방지 교육 책임자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추행을 당했음에도 제대로 된 신고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피해자 등이 나서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KPGA는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고 언론에 대한 접촉을 삼가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했다"라고 덧붙였다. 가해자인 A씨는 현재 정직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추가징계' 등 2차 가해 정황에 대한 KPGA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회의로 인해 부재하다"라는 답만 반복해 정확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가해자 #피해자 #골프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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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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