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공동취재사진
위기의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법원과 국회다. 법원 스스로 법조일원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법조일원화 도입을 약속했다. 사법개혁위원회 당시 법원은 법조일원화의 '전면 실시'를 약속했다. 전면 실시는 당연히 변호사의 경력이 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법원은 지금 '10년 이상'의 경력을 '5년 이상'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는 법원의 주장을 수용하려고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는 지난 15일 판사로 임용되기 위한 최소 법조재직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명분은 '현재 제도로는 원활한 판사임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이번 결정은 국회의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회는 2011년 법조일원화의 의의와 중요성을 인정하여 '10년 이상' 경력자의 '단계적' 법관 임용을 확정했다. 국회의 당시 결정은 법조일원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국가적 합의로 바꾸는 계기였다. 그런데 지금의 국회는 과거 국회의 결정, 국가적 합의를 스스로 뒤집고 있다.
왜 10년인가
10년 경력은 왜 중요한가. 이 문제는 사법개혁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당연히 다루어졌다. 당시 변호사 경력과 관련하여 5년 경력, 7년 경력, 10년 경력 등 세 가지 안이 있을 수 있지만 10년 이상의 경력이 바람직하다는 점은 다툼이 없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10년 정도의 경력이 되어야만 변호사로서의 자세가 체질화, 내면화된다. 그래야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고, 관료의 통제를 배격하여 법관의 독립을 지킬 수 있다. 둘째,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법관 임용 이후 소정의 교육을 받은 다음 곧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 특히 항소심 법관을 임용할 때에는 당연히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 셋째, 법조일원화를 도입하려고 했던 일본변호사연합회의 보고서도 10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10년 이상의 경력은 법조일원화의 필수 내용이다. 단순히 판사임용이 원활하게 잘 되는가의 측면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원 관료제 개혁의 문제이며 법관의 독립성 보장의 문제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사법농단 사태의 재발을 막는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법원과 국회, 법무부와 변호사협회는 역사와 역할을 자각해야
법조일원화의 도입에는 모든 관계기관이 책임을 지고 성의를 다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관계기관은 법원, 국회, 법무부, 변호사협회다. 관계기관들 모두 법조일원화가 법원개혁, 사법개혁의 일환이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법원은 법조일원화가 단순히 법관의 임용 방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약속한 법원개혁, 사법개혁의 핵심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도 법원 내부와 외부에는 노무현 정부의 사법개혁위원회 논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법원개혁, 사법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법조일원화를 도입하려고 했던 노력을 상기하기를 바란다.
국회는 법조일원화 자격과 일정을 법률로 못박았던 당시의 상황을 공부해야 한다. 법조일원화는 관료제 법원을 개혁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혁과제였다. 개혁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에서 사법개혁의 거의 유일한 성과로 이룬 것이다. 국회는 과거 선배 의원들이 고심하여 마련한 법조일원화를 무위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법무부는 국가 법무행정의 중심이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법조일원화에 적극 의견을 내야 한다. 법무부도 사법개혁위원회에 참여했고 법조일원화에 대해서 찬성했다. 마치 자신과 아무 관계 없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법조일원화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의 법치주의 수준이 달라진다.
변호사협회는 더욱 심각한 자성이 필요하다. 변호사협회는 법조일원화에 사활적 이해관계가 있다. 법원의 관료제가 없어져야 법관의 독립이 확보되고 법관의 독립이 확보되어야 법치주의가 제대로 기능한다. 법치주의가 제대로 기능해야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호된다. 변호사협회는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다. 더구나 변호사협회는 사법개혁 논의 때마다 법조일원화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다. 법조일원화를 변호사 일자리 창출로 본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변호사협회가 법조일원화 경력 단축에 대해 "판사 임용 지원을 염두에 둔 우수한 청년 법조인들의 법조 진출의 경로도 확장할 뿐만 아니라 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5년 경력에 찬성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개혁적이지도 않다. 법조일원화를 강하게 주장해온 변호사협회의 역사와 전통에도 어긋난다. 오히려 법원의 관료제를 강화하는 퇴행적인 인식이다.
법조일원화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20여 년을 계속해서 추진해온 법원개혁, 사법개혁의 핵심과제다. 이 때문에 법원을 포함하여 국회, 법무부, 변호사협회 등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추진해왔다. 법조일원화는 법원의 관료제 혁파, 법관의 독립 확보, 법치주의 정착, 시민의 자유와 인권의 옹호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용되는 법관의 자격이 최소한 10년이 되어야 한다. 법원, 국회, 법무부, 변호사협회는 법조일원화의 중요성과 역사의 무게에 걸맞게 신중하게 논의를 진행하기를 바란다.
▲ 김인회(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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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임용 경력 단축? '20년 역사' 무위로 돌리려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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