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와 정순왕후가 묻혀있는 원릉영조와 정순왕후가 묻혀있는 원릉은 원래 효종의 자리였다가 여주로 이전하면서 파묘된 자리에 다시 들어온 독특한 케이스다.
운민
이제 원릉까지 제법 긴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야만 하다. 아마 동구릉을 방문했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무덤이 저 무덤 같아 보이고, 비슷비슷한 양식의 변주곡 같아서 지루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릉을 살펴본다면 아마 눈이 번쩍 뜨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조선 후기 탕평책을 이끌었으며 우리에겐 사도세자로 유명한 조선 21대 왕 영조와 어린 신부 정순왕후가 원릉의 주인공이다.
원래 영조의 왕릉이 있던 자리는 선대 왕인 효종의 묫자리로 쓰였던 장소인데 석물에 금이 가고 파손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능을 여주로 욺기고 한동안 비어있던 땅이었다. 파묘되었던 장소를 다시 왕릉 자리로 선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혹자는 정조가 아버지를 죽인 할아버지에 대한 앙금이 남아서 나름의 복수를 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왕권을 견제하던 신하들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았을뿐더러 정조의 스타일상 의도적으로 그렇게 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원릉에서 동구릉의 입구로 돌아가는 길이 이어져 있다. 사람들은 아마 지친 마음으로 여기쯤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상당수 있지만 조금만 힘을 내서 마지막 3개의 왕릉을 둘러보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