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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증식 '욕망'이 된 아파트... 맨해튼에 답 있다

맨해튼과 싱가폴의 토지임대정책,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어

등록 2021.08.10 14:33수정 2021.08.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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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파크시티가 포함된 맨해튼 전경. 록펠러 재단의 자손인 넬슨 록펠러시장이 70년대부터 공유수면을 매립한 배터리파크시티라는 12만평의 비즈니스타운을, 토지임대를 통해서 1만4000세대의 주거를 포함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도심을 조성하였다.
배터리파크시티가 포함된 맨해튼 전경. 록펠러 재단의 자손인 넬슨 록펠러시장이 70년대부터 공유수면을 매립한 배터리파크시티라는 12만평의 비즈니스타운을, 토지임대를 통해서 1만4000세대의 주거를 포함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도심을 조성하였다.BPCA(Battery Park City Authority)
 
뉴욕 하고도 맨해튼,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은 인근 해변가 매립지 약 12만 평은 도시 설계의 디자인 면에서도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이 지구는 록펠러 재단의 자손인 넬슨 록펠러 시장이 있던 1970년대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공유수면을 매립한 배터리파크시티공사는 토지임대를 통해 장기에 걸쳐 건설비용을 갚았다. 국채금리가 5~7%로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당시로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이후 1만4000세대의 주거를 포함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도시조성을 이뤄냈다. 토지임대가 매각보다 장기적으로 더 나은 방식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초기에 2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여 오일쇼크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하여 매년 1억~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 모든 국채를 상환했음에도 2020년까지 누적 수익이 무려 38억 달러(약4조 원)에 이르게 되었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뉴욕시에 2억 3천만 달러의 재정수입을 안겨다 주었다. 입주자의 재산세를 대납해주고 저소득층 임대주택 등 지속적인 재정 기여를 하고 있다. 

매립 후 일찌감치 시장에 매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땅을 매입하고 이자를 감당할만한 재력가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토지임대를 했기 때문에 적정한 시장지대를 받아서 공익으로 환수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와 같은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싱가폴이다. 싱가폴은 HDB(주택개발국)주택이 토지임대주택으로 활성화 되어 있다. 80% 넘는 국민들이 살고 있는 토지임대주택(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나뉘어져 있는 주택으로, 정부가 토지 소유권을, 주택을 분양 받는 사람이 건물 소유권을 갖는다) 체제에 의해 시장 왜곡이 발생하지 않고 돈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 시장경제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산업이 없음에도 현재 국민소득이 6만 달러로 세계 톱수준이다. 배터리파크시티는 그런 개념 위에 지대시장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킨 것이다. 싱가폴보다 한 수 위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은 땅값이 갖는 허수적 왜곡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은 수입의 태반을 은행이자 갚는데 쓰고 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구가 늘고 있다.

이는 택지를 개발해서 분양가를 낮춰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매각 분양은 결국 이자부담이 가능한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든다. 토지는 공공재이자 한정재다. 먼저 개발해서 분양받은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독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자산증식 욕망에 불을 질러 이득을 편취하고 있는, 4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는 한국의 주거·주택 시스템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이자 능력 부담자, 즉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젊은 세대는 이런 일방적 구조에 분노하는 것이다.

지대시장이 살아있는 한국 전세제도의 지혜


성장하는 시장경제에서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토지를 사용해서 얻는 가치보다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땅값의 소유비용인 이자에도 또 다시 이자가 붙으므로 사용지대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유되는 토지는 경제가 성장하는 한 계속 땅값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미래가치를 앞당겨서 현물화하므로 금융파생상품이나 선물시장처럼 투기적 요소가 실물경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토지경제의 속성을 제대로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전세제도부터 살펴보자. 외국학자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전세란 무엇인가? 전세란, 매월 혹은 매년의 임대료를 자본금으로 환산하여 일시불 보증금으로 내어 임대료 납부를 대신하는 시스템이다. 그러고는 만기에 보증금을 되찾아 가는 방식이다.


어떤 장점이 있길래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었나? 첫째, 집 지은 후 팔지 않고도 비용의 상당부분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다. 빈 땅 갖고 있는 사람이 집을 지어서 전세를 놓으면 전세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전보다 땅값이 올라간다는 매력이 있다. 둘째, 세를 놓은 자는 월세와 달리 임대료를 매달 받을 수 있을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셋째, 세입자는 목돈을 보전할 수 있다. 이런 민중의 지혜가 모인 것이 한국의 전세제도다.

이런 저런 장점이 많지만, 한편으로 세입자들은 늘 불안하게 살고 있다. 물가 때문에 임대비용이 오른다든지, 이자율이 낮아져서 그 자본액이 커지면 전셋값이 폭등해버리기 때문이다. 장기 거주를 보장받지 못하고 소유자의 간섭을 받는 것이다.

이사를 하면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크다. 주거불안정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래서 '내 집 마련'이라는 염원이 생긴다. 자산증식이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로서의 '내집처럼'이란 염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임대주택을 먼저 생각해보자. 저가임대는 복지문제엔 도움을 주지만 부동산 문제의 근본해법은 되지 못한다. 시세가 아닌 저가 임대료는 입주자에게는 좋지만 무임승차의 한계는 그대로다. 입주자격이 되어야 하고 거주에도 조건들이 따라 붙게 마련이다. 또 공급자나 정부는 채산성이 맞지 않고 재정부담이 커진다. 가령 10년 후 분양하는 공공임대주택은 토지매각 분양이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토지임대주택은 시장가격이면서 소유가격에 반값 정도이므로 복지와 부동산 문제 해결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건물은 현물로 소유하고 토지는 임대로 살게 되면 시장가격의 반값에 가까운 값에 거주하게 된다.

'내집처럼' 평생주택_전세형 토지임대주택이 필요하다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권우성

토지임대를 시행하자면 시작 때부터 지혜가 동원된다. '토지 따로 건물 따로'가 아니라 '토지임대 건물소유를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다. 동시에 평가하는 전세가 방식을 입주자와 공급운영자가 모두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다. 토지임료와 건물보유분을 별도로 책정하면 시장가격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토지임료를 인위적으로 공급가를 책정하자면 조성원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데, 시장가격은 그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전세가처럼 수요자의 의향이 반영되면 시장가에 가깝게 상향하기가 수월하다.

무엇보다 건물은 소유가격이나 임대료자본가격이나 산술적으로 동일하다. 토지와 다르다. 건물은, 건물소유를 전제한 전세형 토지임대주택으로 가격을 매기더라도 임대료와 차이가 없다. 여기에 토지임대와 건물매각을 통합한 전세형으로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포인트가 있다. 전세시세에 익숙한 한국적 주거시장의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 전세금을 유지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대의 가치를 반영해 약간의 토지사용료를 추가해서 내면 만기에 전세금을 그대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물론 40년 만기에는 시장가치에 따른 재계약이 진행될 것이고 보이지 않은 사회적 관계망을 존중하여 적절한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동안에는 '내집처럼' 거주하는 평생주택이 되는 것이다.

가령 2011년 강남 수서역 인근에 있는 자곡동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너무 싸게 공급되었다. 25.7평형을 2억2천만 원에 공급받은 이들이 지금 5억 원~6억 원에 전세를 놓고 있다. 이처럼 토지임대로 입주하는 건물소유주는 장기임대주택과는 달리 권리를 가지므로 공공의 자금으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07년 시범사업이랍시고 공급했던 군포부곡지구는 용적율을 155%로 낮추면서 토지비용을 확대하여 시세보다 1.4배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하였다. 그러는 바람에 청약율이 현저히 떨어져 사업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두 사례 모두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토지임대주택 시뮬레이션

제대로 전세형 토지임대주택을 보급한다고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자. 

시작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공급가를 확정하지 않는 것이다. ①개발과정과 원가를 소상히 밝히고 향후 40년간 매 2년마다 증가율 5%범위 이내에서 주변 지대 시세 대로 조금씩 올려받을 것이라는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면서 3배수가량의 무주택 희망자를 선정한다. ②그리고는 입찰가격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입주희망자는 주변시세와 자신의 입주희망의 정도를 판단하여 적정가격을 써서 제출한다. ③공급자측은 상위그룹의 상한입찰가를 기준으로 시장가격을 판단하여 전세가를 공표하고 상위희망자부터 순서대로 계약한다. 입주 후 매 2년 추가임료는 시장가격을 반영하여 책정한다.

전세형 토지임대방식으로 거주하면 반값에 거주할 수 있다. 이때 산술적으로 남은 수억원을 은행에 적금으로 예치한다고 치자. 그러면 40년 후에는 적지 않은 현금을 갖게 된다. 게다가 만기에 토지임대주택 전세금은 고스란히 일반 전세금처럼 되찾을 수 있다. 물론 매년 인근지역의 지대상승에 따른 토지임료를 조금씩 추가하는 부담이 있긴 하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 이 아파트를 소유했을 때 내야 하는 대출 이자를 원리금 계산방식으로 해서 모두 합산하면 40년 후에 얻는 복리총계도 적지 않다. 더불어 그동안 낸 재산세에다가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모두에 유리하면서 땅값 거품을 줄이는 토지임대주택

토지임대주택은 일단 입주한 다음 일정기간만 지나면 전세시장에서의 매매나 상속이 자유롭고, 타인에게 다시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전세시장(토지임대주택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시장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법의 환매조건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완전히 떠나겠다는 사람에게는 초기에 계약한 고정가격의 전세가를 환매로 돌려주면 된다. 환매조건부는 임대료 저가격이라 공급가에 프리미엄이 붙을 때의 대책이므로, 시장시세대로 임대료를 징수하는 시장토지임대부는 환매조건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토지전셋값은 민간전세시장처럼 2년마다 적정수준으로 올려 받으면 되는데 전세시장에서 매매되는 가격의 80~90% 수준으로 하면 입주자도 불만이 없다. 건물을 개인소유로 하면 건물의 질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땅값 프리미엄에 묻혀갔던 저급한 분양주택보다 훨씬 좋아진다. 무엇보다 유지관리가 완전히 달라지고, 건물수명이 길어져서 자원이 절약됨은 말할 것도 없다.

수명이 다한 건축물은 다시 지을 권리가 입주자에게 있다. 낡아진다고 해서 권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장기임대기간 내에서 얼마든지 그 권리가 보장된다. 이 부분도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최초계약은 40년이지만 재계약에 참여할 수 있다. 새로 지을 수 있는 권리와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새로 짓는 돈을 자신이 부담하면 건물 수명만큼의 권리가 새로 생긴다. 처음 입주할 때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알기쉽게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의 개념을 개량하여 설명한다면, 장기전세주택이지만 영구적으로 내집처럼 살고, 토지임료 혹은 전세가는2년마다 조금씩 올려서(주변 전세가시세의 80~90%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이 전세형토지임대주택이다. 이때 건물은 입주자의 소유로 하는 혜택이 있다. 지금 일반전세는 팔고 사지 못하지만 토지임대주택은 마음대로 아무 조건 없이 매매하거나 임대를 놓을 수 있다. 주택 존속기간 이후는 토지임료만 남게되서 그 임료 조건에서 입주자가 새로 건축하여 계속 임료나 전세를 내고 자유거주와 자유매매를 계속할 수 있다. 

내집처럼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이런 토지임대주택이라야 주민들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국가 경제 중추인 수도권에는 토지임대주택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을 수 있는 곳도 많다. 수도권에는 전철노선이 겹겹이 지나갈 직주근접의 개발가능지역도 많다.

이제까지의 주택공급은 자산증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지나치게 치중했다. 또 그나마 복지적 필요성에 의해 시행된 공공임대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토지임대주택은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세 방식으로 시장가격대로 토지임대주택을 보급하면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다. 토지라는 자연물에 소유가격을 매김으로써 생기는 땅값 거품, 즉 미실현 미래가치의 현재화 혹은 지가의 허수적 특성이 현재시점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께 질문을 던진다. 아래 그림은 앞에서 소개한 강남 자곡동 토지 임대부 분양주택인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의 위치다. 이런 곳에 여러분이 개발해서 공급하는 입장에 선다면 그리고 개발금융의 조달에 문제가 없다면 여러분은 일반주택처럼 매각분양을 하겠는가? 아니면 이 글에 쓴 것처럼 전세형 토지임대주택으로 보급하겠는가? 그리고 반대로 여러분이 입주자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수서역 가까운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강남구 자곡동의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
수서역 가까운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강남구 자곡동의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 다음 카카오맵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수원대 교수이자 한국토지정책학회 이사입니다.
#토지임대주택 #전세형 토지임대 #맨해튼 토지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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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2021~2022)를 거쳐 현재 언론개혁시민행진단장을 맡고 있다. 올해(2023년)2월 수원대 교수(도시계획)에서 정년퇴직하였고 현재 국토미래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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