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수업 수강생의 성비는 대체로 여학생 7 : 남학생 3 정도 됩니다. 여학생도 마찬가지지만 남학생의 수강 신청 이유도 다양합니다. 스스로 젠더의식이 좀 있다고 생각하며 더 공부해보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고, 젠더, 페미니즘, 이런 단어를 듣기만 해도 살짝 거부감이 들지만, 도대체 뭔 소리를 하나 들어나 보자고 온 친구도 있고, 강한 반(反)페미니즘 신념을 갖고 자신의 옳음을 확인하려는 마음으로 온 친구도 있고, 교양 하나 들어야 하는데 그나마 시간이 잘 맞는 수업이라 들어온 '어쩌다 파'도 있습니다.
학기 초 일단 나는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구사합니다. 그래야 강의계획서도 읽지 않고 앉아 있는 '어쩌다 수강생' 또는 토론수업에 적극 참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수강생 또는 절대 결코 변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겁나는' 수강생의 숫자를 줄일 수 있고, 인원을 좀 줄여야 그나마 토론다운 토론이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강의계획서에도 미리 적어놓지만, 매주 글쓰기 과제가 2개씩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 한 무리가 나갑니다. 과제가 개강 첫 주부터 시작된다고 하면 또 일부가 빠집니다. 거기에 개인 발표와 소규모 팀 토론 등까지 있다고 하고, '말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수업 규칙을 공지하며, 첫 시간부터 3시간을 꽉꽉 채우면서 까실까실한 질문 세례를 퍼부으면 인원은 더 줍니다.
이 모든 노력에도 남은 학생들에 대한 내 입장은 '모두 데리고 간다'입니다. 젠더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건 하나의 팀으로 낙오자 없이 끝까지 같이 간다, 마음을 다지고 시작합니다.
'같이 반걸음'이 '홀로 한걸음'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품은 기준 하나가 우리 반에서 젠더 이슈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친구가 끝까지 본인의 입장 표현하기를 꺼리지 않게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았고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마음만은 지금도 여전히 놓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놓지 않으려 무진 애쓰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대학 수업에서조차 자신이 나름 합리적이라고 믿는 의견을 '햇볕 아래서' 동료들 앞에서 개진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젠더전쟁' 수준의 심각한 상황을 벗어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친구들은 내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내 부덕의 소치입니다. 그러나 마음만은 진심이라는 것, 내 절박함에서 유래한 진심이라는 것, 그것만은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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